의협 의료정책연 의뢰 '일차의료 강화 위한 의학교육 개선 방안' 보고서에 소개돼
5명 그룹진료 통해 환자 신뢰 기반의 '게이트 키핑' 역할

[라포르시안] 현실에서 일차의료의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이상적인 사례로 제주 탑동365일의원(탑동의원)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강석훈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팀은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의뢰로 실시한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의학교육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시 변두리의 50평짜리 작은 의원인 탑동의원은 가정의학과 전문의 4명, 내과 전문의 1명 등 모두 5명의 전문의가 근무하는 개인의원으로 17년째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를 실천하고 있다.

탑동의원은 간호사 2명, 간호조무사 5명, 행정직원 1명을 두고 진료실 4개와 회복실 1개(병상 11개)를 운영한다.  

의료장비는 이비인후과 의자 4개, 적외선치료기(안과용) 4개, 청진기, 혈압기, 전자의무기록시스템이 전부다. 동네의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X-레이, 내시경, 초음파, 레이저 의료장비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병원의 의사들은 주당 약 40~45시간을 일한다. 이는 지난 2010년 대한의사협회가 보고한 개원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인 51.1시간보다 적다.

의사들은 오전과 오후, 야간으로 구분해 4시간씩 진료 시간표를 짜고 각자의 진료시간을 맡아서 하루 평균 8시간씩 약 80명을 진료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30분 이내에 진료투입이 가능한 비상대기자를 두고 있다.

탑동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무작위로 의사를 할당받아 진료를 받는다. 만약 환자가 원하면 해당 의사를 주치의로 등록해서 지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내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피부과 신경과, 과목의 진료가 가능하며 봉합(suture) 수준의 소규모 수술도 가능하다. 그러나 미용시술과 레이저 치료 등의 비급여 시술을 하지 않는다. 

환자의 구성은 대략 재진 환자 90~95%, 초진환자 5~10% 비율이다. 월별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주변에 상급 의료시설이 없어 상대적으로 야간 시간대 진료와 주말 진료 시간에 환자가 많다.  

의사 5명의 근속연수는 13년차 2명, 9년차 1명, 7년차 1명, 2년차 1명이다. 1인당 수입은 대략 월 1천만원(세전) 수준이다. 

의사들은 저녁 진료가 많고 주말과 공휴일 없이 근무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불편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단독개원 때보다 여가 시간이 많아 모두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일차의료를 한다는 자부심이 큰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탑동의원이 비록 적극적인 질병 예방 등을 포함하는 한국형 일차의료에 완전히 부합하는 사례는 아니지만, 금전적 이득보다 지역사회 환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노력하고 여가생활과 삶의 자부심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할 것이란 가정을 전제로 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탑동의원을 성공사례로 제시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거나 비싼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음에도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정착한 일차의료 기관으로서의 가치다. 

보고서는 "흔한 X-레이나 내시경, 초음파 없이 단지 병력청취와 신체진찰 만으로 17년째 개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런 장비의 도움 없이 환자의 중등도와 긴급성을 판정할 수 있었는데, 이들이 일차의료 현장에서 오랫동안 병력청취와 신체진찰에 숙련된 의사였기 때문이다. 첨단의료장비에 의존하는 의학적 판단에 익숙한 의사라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고가장비를 사들이지 않는 것은 성공개원의 핵심 요소인 초기 투자비용을 낮추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일차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그룹진료를 시도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보고서는 "비정상적인 보건의료시스템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일차의료기관 본연의 역할 수행에서 벗어나 비용 시술이나 건강검진 같은 분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분야가 아닌 일차의료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룹진료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다는 면에서 탑동의원의 사례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탑동의원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환자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다. 

보고서는 "탑동의원은 5명의 의사가 교대로 근무하는 일종의 그룹개원인데, 환자들은 탑동의원을 단순한 개인의원이 아니라 일종의 준 종합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환자들의 이런 인식은 의료진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 효과적인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되었고, 그것이 일차의료의 성공이자 병원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차의료의 성공요인과 개원의의 성공요인이 적절히 맞물려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역량 있는 의사들이 일차의료를 표방했기에 초기 투자비용이 적었던 것"이라며 "또한 협조가 원활한 의사끼리 촘촘한 당직 스케줄을 소화했기 때문에 효과적인 그룹진료가 가능했고 이것이 환자의 신뢰와 게이트 키핑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탑동의원 고병수(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 원장은 가장 큰 성공 요인이 공동개원에 있다고 말했다. 

고병수 원장은 "공동개원을 하면 학회나 연수강좌 참석이 수월하고 방문진료도 가능하다. 협의 진료가 가능하고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처음에는 수익성이 낮았는데, 야간진료 수가가 올라가면서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공동개원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인정'에 의한 계약 방식을 꼽았다. 

고 원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도 동업에 대한 인식이 낮다. 반면 서구 선진국은 계약관계가 발달했기 때문에 공동개원이 활성화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계약대로 하면 분쟁이 없다. 우리는 진료한 만큼 수익을 가져가도록 계약서를 작성해 공증을 받고 의원을 청산할 때에 대비해서 지분 인정률까지 확실히 정하고 병원 업무도 합리적으로 분담했다"면서 "그랬더니 지금까지 분쟁으로 나간 의사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공동개원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개원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공동개원은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데 정부 지원이 많은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면서 "특히 공동개원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수가다. 공동개원을 하면 수익이 2가 되어야 하는데 1.5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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