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내 의료법인이 중국 기업과 협력해 우회 진출" 의혹 제기

[라포르시안]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제주특별자치도의 '제1호 외국영리병원' 설립 승인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과거 '싼얼병원' 사태 때 벌어진 것과 유사하다. 국내 의료자본이 중국 현지기업과 협력해 우회적으로 영리병원 사업 진출을 시도한다는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관련 기사: “싼얼병원 의혹 전부 사실이었다”…복지부, 승인 불허키로>

시민사회단체와 의료계는 박근혜 정부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인 제주특별자치도내 외국 영리병원 설립을 통한 의료민영화 의혹을 문재인 정부에서 확실하게 걷어내야 한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사실상 국내 비영리의료법인에 의해 운영...병원장은 미래의료재단 이사 K씨"

'의료민영화 저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지난 12일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녹지국제병원 승인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크게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 과정에서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에 의한 우회적인 영리병원 운영 허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녹지국제병원 승인 및 허가 절차에서 위법성이 있다는 점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달 24일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첫 번째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의료기관’이라는 녹지국제병원이 사실상 국내 비영리의료법인에 의해 운영된다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박근혜 정부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의 국내운영자를 밝히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 요구에도 끝내 사업신청 계획서를 공개하지 않는 등 국내운영자가 드러나지 않게 하려던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열린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국제녹지병원의 설명자로 나선 인물은 현재 비영리 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의 이사이자 리드림 의료메디컬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K씨였다. K씨가 사실상 녹지국제병원장을 맡고 있다는 게 무상의료운동본부의 판단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K씨가 속한 미래의료재단과 연관기업들은 다단계 판매 등 의료 영리기업의 폐해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녹지국제병원의 운영자는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도 않은 해조류인 감태에서 추출한 성분을 원료로 제조한 건강기능식품 판매 다단계회사로, 미래의료재단을 통해 다단계사업 가입자에게 건강검진의 혜택을 주고, 과장 및 허위광고를 통해 관련 영양제, 건강음료, 치약, 비누등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미래의료재단이 녹지국제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는다면 외국인의 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해 규정한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를 어긴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조례의 제15조(의료기관 개설허가 심사의 원칙)는 ▲의료기관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 ▲내국인 또는 국내법인이 우회투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내법인 또는 국내 의료기관이 관여해 국내 영리법인 허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은 “미래의료재단이 녹지병원의 운영권을 행사한다면 의료기관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 제주도 보건의료특례 조례를 어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표 제작 : 라포르시안
표 제작 : 라포르시안

"제대로 검토했다면 다단계판매 기업에 사업 운영권 승인하는 일 없었을 것" 

박근혜 정부 때 진행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 과정에서 제대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제주도내 외국인 의료기관의 개설허가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307조와 그에 따른 제주 보건의료 특례 조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제주 보건의료 특례 조례에 따르면 도지사는 의료기관개설허가에 따른 사전심사에서 ▲1항. 개설할 의료기관의 명칭, 대표자, 규모, 위치, 개설시기 및 시행기간 ▲2항. 의료사업의 시행내용, 인력 운영계획 및 개설과목 ▲3항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투자규모 및 재원조달방안, 투자의 실행 가능성 ▲4항. 토지 이용계획 및 주요 관련 사업계획 ▲5항. 도내 고용효과 등 경제성 분석 및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사항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제주도지사는 제출된 사업계획서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15년 12월 18일 제주도에서 검토 요청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바 있다. <관련 기사: 中 녹지그룹, 제주 외국영리병원 설립 신청 철회…싼얼병원 꼴 나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국회를 통해 복지부로 요청해 받은 ‘복지부가 승인한 사업계획서’에는 3항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5항의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자료가 없다"며 "이 두 항목은 관련 자료에서 국민 건강권과 매우 중요한 관련이 있는 자료"라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녹지그룹은 중국의 국유 부동산기업으로 부동산 외에 의료행위를 증명할 서류가 준비돼 있을리 없기 때문에 3항의 유사사업 경험은 리드림의료그룹이나 미래의료재단 리드림의원의 경험이어야 한다"며 "이를 검토했다면 사업계획서는 승인 될 수 없었고, 관련 사업계획서가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검토했더라면 이런 국내 의료법인과 다단계판매 기업에게 사업 운영권을 승인하는 일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했을 당시 정진엽 전 장관 시절의 복지부가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 검토를 하지 않았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압에 의해 사업계획서를 승인해 준 것"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런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에 제주 영리병원 철회를 요구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을 반대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지금이 그 공약을 실행할 가장 중요한 때"라며 "부패한 전 정권하에 법을 어겨가며 강행된 영리병원이 이제 중앙부처의 승인을 넘어 제주 도지사의 허가만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 첫 영리병원이 될 상황에 놓여 있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승인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제주도 "K씨, 병원장 아닌 개설추진단장" 

한편 제주도 측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제주도 보건건강위생과 관계자는 지난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래의료재단이 녹지국제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녹지국제병원이라고 지목한 미래의료재단 이사 K씨는 공식적으로 '녹지국제병원 추설추진단장' 직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은 영리법인이기 때문이 병원장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현재 녹지국제병원의 병원장은 공석"이라며 "또한 녹지국제병원을 설립하는 주체인 중국 녹지그룹의 제주 현지법인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대표이사는 황민강 씨로 돼 있다"고 반박했다.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도 모두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서 승인을 받을 때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며 "만일 제출해야 할 자료가 빠졌는데 승인이 났다면 그건 복지부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며 관련 책임을 복지부 쪽으로 돌렸다.

시민사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오는 15일 열리는 2차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관계자를 참석토록 해 시시비비를 가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측에 오는 15일 열리는 2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K씨를 포함해 관계자들을 참석토록 하는 요청 공문을 보냈다"며 "그때 관계자가 참석하면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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