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 등 건강피해 상당히 커...의료취약층에 피해 집중돼 건강형평성 악화

[라포르시안] 서울을 비롯한 중부내륙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추위로 인한 건강피해도 커지고 있다.

12일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국 524개 응급실을 대상으로 '한랭질환 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 지난 10일까지 41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1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한랭질환은 추위가 직접 원인으로 작용해 인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저체온증, 동상, 동창 등의 질환을 말한다.

12월 1~10일까지 발생한 한랭질환자 41명 중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져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인 저체온증이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는 65세 이상이 17명(41.5%)으로 많았고, 음주상태에서 발견된 비율(34.1%)이 높았다.

2016년도 한랭질환 감시체계로 신고된 환자는 총 441명이며, 이 중 4명이 사망했다. 전체 한랭질환자 중 저체온증 환자가 369명(83.7%)에 달했다.

저체온증 환자는 남성(251명)이 여성(118명)보다 월등히 많았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40.1%(148명)를 차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자는 한파에 노출될 경우 체온유지에 취약해 저체온증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무리한 신체활동을 할 경우 혈압상승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한파특보 등 기상예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외출 시 체감온도 확인 등 한파 대비 건강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표 출처: 행정자치부
표 출처: 행정자치부

한편 한파로 인한 건강피해는 저체온증, 동상과 같은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빙판길 낙상에 의한 손상, 뇌졸중·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악화나 이로 인한 초과사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정자치부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서 사인이 '저체온증'(T68)인 사례를 추출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5년까지 겨울철(11~3월) 저체온증 사망자는 총 2,781명에 달했다.

저체온증 사망자를 연도별로 보면 2005년에 307명으로 가장 많았고,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247명에 달했다.

저체온증 외에도 만성질환자와 노인 등의 취약층에서 기저질환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한파로 인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사망한 '기여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한파로 인한 건강피해가 저소득 만성질환자 등 의료취약계층에 집중돼 건강불평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파에 따른 건강피해를 공중보건 관점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공중보건사업에서 한파로 인한 건강피해는 소홀하게 다뤄졌다.

다행히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보건의료기본법에 기후변화를 보건의료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기후보건영향평가제' 관련 규정이 포함됐다.

기후보건영향평가제는 복지부장관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5년마다 조사·평가해 그 결과를 공표하고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토록 하는게 골자다.

기후보건영향평가 대상에는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유형과 내용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질병·질환 등의 임상적 증상 ▲발생 추이 및 진료경과 등에 관한 사항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질병·질환 등의 성별·연령별·지역별 분포 및 특성 등에 관한 사항 ▲기후변화가 보건의료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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