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직장갑질 119, 국회 기자회견서 부당노동행위 의혹 제기..."윤대원 재단 이사장 엄중 수사 촉구"

전국보건의료노조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직장갑질 119,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유은혜 의원, 정의당 윤소하·이정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노조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직장갑질 119,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유은혜 의원, 정의당 윤소하·이정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수준의 각종 갑질로 논란이 된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에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병원 차원에서 노조 가입을 막으려는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가 설립되자 곧바로 "최근 논란이 된 일련의 사태로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교직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구했고,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조직문화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뒤에선 직원들을 압박해 노조가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갑질 논란' 한림대의료원, 근무여건 개선 추진..."교직원에 깊이 사죄">

전국보건의료노조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직장갑질 119,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유은혜 의원, 정의당 윤소하·이정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림대의료원이 최근 설립된 강남성심병원·동탄성심병원·한강성심병원·한림성심병원 등 4개 병원 노조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림대의료원은 지난 1일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사흘 뒤 갑자기 조직문화 개선안을 발표했다"며 "개선안에는 당연히 지켜야 할 근로기준법 내용이 포함돼 생색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나름 진전된 내용이 있어 노조 설립이 가져온 성과라며 많은 직원들이 반겼으나 (의료원 측이)노조 죽이기에 나선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환영은 순식간에 분노로 바뀌었다"고 성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림대의료원 산하 4개 병원에 노조가 설립된 직후부터 지난 5일까지 파악한 부당노동행위 사례를 공개했다.

공개된 사례를 보면 한림대의료원의 노조탄압은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거나 실체도 불분명한 직장노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간호부에서 보건의료노조 가입이 늘어 병동이 폐쇄됐다며 고용불안감을 높이고, 또 다른 부서에서는 보건의료노조 가입이 늘어 장비도 구입할 수 없다며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식으로 위협했다. 노조가입시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압박도 가했다.

보건의료노조가 공개한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구체적 사례.
보건의료노조가 공개한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구체적 사례.

특히 지난 2011년 춘천성심병원에서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 중 가장 먼저 노동조합이 설립됐을 때 사측이 노조 무력화를 위해 동원한 방법이 다시 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춘천성심병원에 보건의료노조 지부가 설립되자 갑자기 직장노조가 생기고 부서장을 동원해 조합원 빼가기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설립 초기 200여명에 이르던 보건의료노조 춘천성심병원지부 조합원은 10명밖에 남지 않아 노조로서 역할을 하기 힘들었다.

그때처럼 한림대의료원 산하 4개 병원에 보건의료노조 지부가 설립되자 실체 불명의 소위 '직장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가입을 권유하는 식으로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이미 동탄과 한강성심병원에서는 병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직장노조가 활동을 시작했고,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병원내 부서장이 노동조합 가입원서를 배포하면서 직장노조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등은 기자회견에서 "이렇듯 총체적으로 진행되는 조합원 탈퇴 공작, 지배 개입, 노조에 대한 혐오감 및 무용론 확산은 한림대의료원 소속 강남, 동탄, 한강, 한림, 춘천성심병원에서 동일한 양상으로 부서장급들이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누군가 기획해 세밀한 방법까지 교육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러한 노조탄압과 무력화 시도의 배후로 한림대학교 재단인 학교법인일송학원을 지목했다.

이들은 "한림대의료원에서 나타난 각종 갑질은 재단에서 비롯됐다. ‘선정적 춤’을 강요한 분위기를 만든 것도 재단 ‘일송 가족의 날’이었으며, 공포의 화상회의는 재단 이사장이 직접 주관했다"며 "부당노동행위로 빚은 직장 갑질이 학교법인 일송학원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은 그동안의 맥락으로 볼 때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진행 중인 한림대의료원 소속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과 함께 재단 이사장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이들은 "한림대의료원의 부당노동행위, 직장 갑질은 단순히 개별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 위반을 넘어 재단 차원에서 진행되는 듯하다"며 "학교법인일송학원 윤대원 이사장에 대한 엄정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림대의료원은 지난 4일 "최근 논란이 된 일련의 사태로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교직원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구했다"는 입장을 내고 조직문화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원이 마련한 근무여건 개선안은 ▲각 기관 적정인력 유지를 위한 조속한 충원 ▲정시 출퇴근 실시 ▲자율적 연차휴가 사용 보장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금지 ▲각종 회의 및 행사 동원 금지 ▲폭언, 폭행, 성희롱 행위 금지 및 행위자 엄벌 등이다.

이혜란 한림대의료원장은 “한림대의료원에 대한 비난과 더불어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사태로 인해 교직원 여러분께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렸기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현장의 소통 채널을 상시화해 교직원들의 의견이 경영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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