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내년도 국고지원금 감액 합의...건보법 규정보다 낮게 편성된 금액서 또 삭감

[라포르시안]  여야 3당이 지난 4일 2018년도 정부 예산안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금이 2,000억원이 삭감키로 잠정 합의를 봤다.

가뜩이나 '문재인 케어'를 놓고 건강보험 재정조달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생겼다.

5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 관련 막판 협상을 마무리짓고 잠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모두 8개 조항으로 된 잠점 합의문의 마지막 항목을 보면 '남북협력기금과 건강보험 재정에의 일반회계 전입금을 각각 400억원, 2천200억원 감액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액 중 2,200억원을 삭감하는데 여야 3당이 합의한 셈이다.

앞서 복지부는 2018년도 예산안에서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액을 올해 6조 8,764억원보다 4,289억원 증액한 7조 3,049억원(일반회계 5조 4,201억원, 건강증진기금 1조 8,848억원)으로 편성했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점을 감안해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서다.

그러나 건강보험법에 규정된 원칙대로 하면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국고지원액은 내년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53조 3,209억원)의 14%인 7조 4,649억원이어야 한다.

내년도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이 건강보험법 규정보다 2조원이나 낮게 편성됐는데, 여기에서 다시 2,000억원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문재인 케어 추진 관련해 건강보험 재정조달 가능성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고, 야당에서도 건강보험 적자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국고지원액을 삭감키로 합의한 건 납득하기 힘든 정치적 결정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부는 2018년 보험료 인상률 2.04%와 올해 말까지 쌓인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1조원 등을 감안하여 일반회계 국고지원을 지난해보다 5373억원 증액했다고 하지만, 문재인 케어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법정지원비율을 충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오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실행하는데 총 30조 6,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재원 조달을 위해 21조원의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활용, 건강보험 국고지원의 지속적 확대, 건강보험료 부과기반 확대를 통한 보험수입 확충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나마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안이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인데, 당장 내년도 국고지원액부터 국회에서 삭감키로 해 당혹스런 입장이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한편 건강보험 재정 수입은 가입자인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 수입으로 80%를 충당하고, 나머지 20%는 국고지원(일반회계 14%, 담뱃세 건강증진기금 6%)으로 메운다.

이 중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라 매년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를 일반회계에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2006년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으로 국고지원 규정이 생긴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가 미지급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총 14조6,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이후부터 국고지원 미지급금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고, 특히 박근혜 정부 4년간(2013~2016년) 미지급된 국고지원금만 8조1,474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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