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리베이트 개선방안 마련...자율통제 시스템 강화 등 담아

[라포르시안] 의료 분야의 리베이트 규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공정경쟁규약 관련해 업계로부터 후원금 지원이나 비용 처리 등에 있어서 규제가 훨씬 덜한 국제학술대회의 인정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이런 규제 개선방안에 의약계와 관련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일 서울 중림동소재 LW컨벤션 센터에서 '의료 분야 리베이트 관행 개선' 공개토론회를 열고 리베이트 관행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권익위가 마련한 개선방안은 ▲자율통제시스템 강화 ▲의약품 영업대행사(CSO)에 의한 리베이트 제공 개선 ▲사후매출할인 등을 통한 리베이트 자금 조성 개선 ▲특정 의료기기 사용 유도 및 권유행위 근절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판매행위 개선 ▲국내개최 국제학술대회 지원금 관리 투명화가 뼈대다. 

권익위는 공청회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12월 중 개선방안을 확정해 권고하고 사후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권익위는 우선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대한 자율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의료인에 대한 리베이트 예방 윤리교육 의무화 등 의료인 단체의 자율적 리베이트 관행 근절에 필요한 지원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협회의 회원사 준수 자율정화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한다. 

의료기기 구매심의위원회 구성과 심의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병원 구매위원회에 외부위원 참여를 확대하고, 병원 홈페이지 등에 구매심의위원회 구성과 심의 기준을 사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약품 영업대행사(CSO)에 의한 리베이트 제공 행위도 개선 대상이다. 

약사법상 의약품 공급자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등 CSO에 대한 통제장치가 미비해 리베이트 적발에 따른 위험부담 회피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권익위는 CSO의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명확히 했다. CSO 등 제삼자에 의한 리베이트 제공도 처벌 대상임을 알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명확히 하고, 관련 내용을 제약사 등이 알 수 있도록 알리도록 했다. 

CSO 등도 의약품 공급자의 범위에 포함하여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CSO에 대해 경제적 이익 제공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 부과 등 관리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후 매출할인' 등의 방법을 이용해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의약품 판매조건 등 지원 내역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했다. 

이런 행위가 국민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따라 의약품 판매 출하 후 의약품 단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도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내용에 포함하도록 개선했다.

담당 의사가 환자에게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거나 권유하는 행위도 개선 방안에 포함됐다. 

의료인 본인의 경제적 이익 취득 여부를 불문하고 특정 의료기기 처방, 사용유도, 권유행위를 금지하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판매 행위도 근절하기로 했다. 

의료기자재 구매 조건으로 제공하는 유무상 물품, 추가할인율 등 판매 물품 이외 경제적 이익 제공도 경제적 이익 등 제공 내역 지출보고서를 통해 관리하기로 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지원금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제학술대회는 공정경쟁규약 관련해 업계로부터 후원금 지원이나 비용 처리 등에 있어서 규제를 훨씬 덜 받는 측면이 있다보니 최근 수년간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는 주최측 부담비율과 집행 내역의 사후통보 관련 규정이 없어 지원금이 투명하게 집행되었는지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지원단체가 국제학술대회 개최 요건을 충족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이런 점을 악용해 국내학술대회 규모를 국제학술대회로 확대해 여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학술대회 지원금 사용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고,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인정 기준을 강화한다. 

기부금의 투명한 집행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결산내역 등을 의료인 단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인정기준을 '정부지원 인정기준'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국제학술대회 인정기준은 해당 회의에 ▲5개국 이상 외국인 참가 ▲학회 참가자 수가 300명 이상이고 그중 외국인이 100명 이상 ▲3일 이상 진행되는 회의 등이다. 

국내에서 개최된 학술대회 행사장에 마련된 전시부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국내에서 개최된 학술대회 행사장에 마련된 전시부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리베이트 적발시 행정처분 더 강화해야"..."리베이트 양성화 해 자율시정 유도해야" 

개선 방안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첫 발표자로 나선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개선방안에 처방제도 변경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상품명 처방이 불법 리베이트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어 처방제도 변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리베이트 제공 원인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환자에게 의약품 선택권을 높이는 방안으로 성분명 처방 도입이 필요하며, 참조가격제를 도입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베이트 관행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약사회의 숙원사업인 '성분명처방 도입'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불법거래 조사 대책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리베이트 수수자의 면허를 취소하고 30배의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리베이트 제공 의약품 급여목록 삭제 규정 준수, 퇴직금 수준으로 공익포상금제 강화와 같은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CSO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강한철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해외와 같이 규모와 전문성을 갖춘 CSO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리베이트나 비자금 창구로 전락한 CSO에 대해서는 규제를 철저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기업체는 의료기기법에 약사법 등의 관련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주엽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윤리위원회 부위원장(변호사)은 "재단 관련 간납업체와 일반 간납업체 간 거래 투명성을 위해 의료기기법에 특수관계인과의 의료기기 거래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특히 의료기기와 의약품은 차이가 없다. 의료기기법에 약사법과 같은 관련 규정을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리베이트 양성화를 주장했다. 

조현호 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자율적 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이해 리베이트를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한 처벌로 인해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완전한 근절은 쉽지 않다"면서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할 때"라고 했다.

박재우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은 "복지부는 그간 리베이트 사전관리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리베이트 영업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회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는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에는 치과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주된 이슈였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국치과기자재산업협회 관계자는 "치과업계에서는 묶음 판매 리베이트로 인해 2만여 명의 소상공인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다른 치과기자재산업협회 관계자도 "치과계에 15개 안팎의 임플란트 업체가 진출해 있는데 이 업체들이 자사 제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일반재료까지 묵음으로 판매하는 식으로 고가 장비와 일반재료까지 싹쓸이하면서 유통구조가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면서 "강력하게 제도 개선을 해서 바로잡아달라"고 촉구했다.

문석구 권익위 사회제도개선과장은 "치과계의 리베이트 부분에 대해 권익위에 자료를 전해주면 검토한 후 개선방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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