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 수련교육 개선 방안 논의..."표준화된 역량 갖춘 전문의 배출토록 해야"

[라포르시안] 의학계가 전공의 교육수련 프로그램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30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제16회 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 '졸업 후 교육 제도의 변화와 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전문의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의학회가 26개 전문과목학회와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역량 중심의 전공의 수련을 구현하기 위해 논의한 결과를 소개하고 남은 과제를 함께 풀어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의학회 이윤성 회장,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을 비롯해 100여 명의 전문과목 학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중신(사진, 오른쪽) 의학회 수련교육이사(서울대 의대 산부인과)는 "협의체의 목표는 역량 중심 수련프로그램이 실제 진료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전공의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도 이에 맞춘 개정을 통해 기존의 건수 위주의 교과과정에서 역량 달성 여부를 위주로 하는 교과과정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의학회의 목표가 이뤄지면 전공의 수련의 질이 향상돼 어느 병원에서 수련을 받던지 표준화된 역량을 갖춘 전문의가 배출됨으로써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사례로 외과학회가 최근 내놓은 연차별 교과 과정을 소개했다. 

외과학회는 최근 전공의 연차별 교과 과정을 수술, 술기, 지식 등 구체적으로 구분해 역량 중심으로 개편했다. 전공의 수련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이다. 

외과학회는 전공의 수련 기간 중 수술 참여 100례, 수술소견서 작성 80례, 충수절제술(지도전문의 감독) 20례 등 최소 수술 건수를 달성하도록 했다. 

외과 전공의 4년 과정 동안 맹장수술 한 건도 못 하고 전문의를 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또 간담췌외과, 상부위장관외과, 유방외과, 소아외과, 대장항문외과, 내분비외과, 이식혈관외과 과정 등을 이수하고 연 1회 자율평가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박 이사는 "전공의 근무시간이 12월부터는 주 88시간으로 제한된다. 시간이 부족해 전공의 수련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수련 프로그램을 역량 중심으로 개편하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정량 중심 도제식 수련을 4년 받는 것이 역량 중심으로 3년 받는 것보다 더 부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바뀌는 수련제도는 대한민국의 모든 수련병원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병원은 교육병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강조다. 

전공의 수련 기간도 일률적으로 4년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이사는 "의학회 입장은 전공의 수련 기간이 일률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학회가 판단해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4년이 부족해 5년으로 하겠다면 복지부와 협의해 그렇게 바꿀 수 있다. 외국도 일률적이지 않고 3~7년까지 탄력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교육수련실장은 "역량중심 프로그램으로 개편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과거의 전공의들은 수련시간의 개념이 없었다. 온종일 수련을 받았다. 특히 개인의 노력에 따라 역량의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공의 수련에 드는 비용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 실장은 "전공의 수련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급여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전공의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인데, 정부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서 "모든 과목의 전공의 수련 역량을 갖추지 못한 병원에서는 타 병원으로 파견 수련을 보내야 하는데 이 때 급여는 누가 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전공의법에 따라 전공의들의 신분이 피교육자이자 노동자라는 이중 신분에서 피교육자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인 의협 정보통신이사는 '전문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장 이사는 "전공의들이 배워야 할 전문지식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지만 근무시간은 줄고 교육 기간도 단축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문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과거에는 완전한 상태라면 지금은 해당 과목 전문 지식을 스스로 공부할 수 있고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로 봐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전공의 폭행과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병원의 전문과목이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는 세태도 꼬집었다. 

장 이사는 "전공의 폭행이나 추행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그 과목의 인기가 지속되는 것은 앞으로 전문의를 마치고 난 후의 소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며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합리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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