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어 올해도 지원자 없어...'희망없는' 외과계열 지원 기피 심각

2013년 8월 30일 방송된 EBS 명의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 편 중에서. 이국종 교수가 수술 후 뒤늦게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2013년 8월 30일 방송된 EBS 명의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 편 중에서. 이국종 교수가 수술 후 뒤늦게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라포르시안] 전국 수련병원의 2018년도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등의 전공의 모집이 지난 29일 마감됐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상당수 수련병원의 외과계열은 지원 미달 사태를 빚었다. 특히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 외과는 지원자가 전무했다.

아주대병원 외과는 올해 레지던트 1년차 4명을 모집했지만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이 병원 외과는 작년에도 5명을 모집했지만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2년 연속으로 외과 전공의를 뽑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주대병원 외과에는 2년차(4명)와 4년차( 4명)만 있고 1년차, 3년차 전공의는 한 명도 없다. 향후 추가 모집에서도 외과 지원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에는 3년차 전공의 4명만 남게 된다.

아주대병원 외과는 이국종 교수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권역외상센터를 통해 대외적으로는 주목받았지만 실제로는 전공의 지원 기피과임을 확인시킨 셈이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는 응급의학과와 외과에서 전공의 1명씩 지원을 받아 몇 개월씩 근무하는데, 외과에서 2년째 전공의를 뽑지 못한 탓에 이마저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국종 교수는 최근 북한 귀순병사 수술 경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외과 전공의가 전혀 없다. 제가 전공의들 폭행하고 폼 잡는 의사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때릴 전공의가 있어야 때리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과의 전공의 지원 기피는 아주대병원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 외과 전공의 정원을 모두 채운 곳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4' 병원 정도였고, 나머지 수련병원은 대부분 미달이거나 아주대병원처럼 지원자가 전무했다.

외과 분야의 수가 인상과 '전공의특별법'에 다른 주당 근무시간 단축,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등으로 외과 수련환경이 개선돼 전공의 지원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무색해진 셈이다.

비단 외과뿐만 아니라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의 외과계열 전반에 걸쳐 전공의 지원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의료계는 "외과계 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외과계열은 전반적으로 수술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가 낮은 반면 의료사고 위험은 높은 편이다. 전공의 수련 과정이 다른 진료과에 비해서 힘든 데다 어렵게 전문의 자격을 따더라도 이후에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결국은 개원을 해서 전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감기환자를 보거나 미용성형 등의 비급여 진료 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요양병원에서 흉부외과 의사 채용을 확대할 수 있게끔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도'에 흉부외과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까 싶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과계열의 전공의 기피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국종 교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설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인 외과 전문의 양성은 10년 넘게 위기를 호소하고 있지만 뾰족한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계속 이랬다. 또 얼마 지나면 잊혀지지 않겠냐"던 이국종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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