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긍정적 평가..."비도덕적 진료행위 억제 효과"

[라포르시안] 북한의 '5호 담당제'처럼 의사들을 감시하고 규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온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우려와 달리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은 지난해 11월 21일부터 광주, 울산, 경기도 3개 광역시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추진단은 지난 29일 임시회관 7층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중간결과 보고 및 향후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광주, 울산, 경기도의사회는 시범사업 중간결과를 공개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장은 "'5호담당제다. 선량한 의료인을 규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었는데 회원들에게 시범사업의 취지를 알렸더니 긍정적인 반응으로 바뀌었다"면서 "전문가평가제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황성택 울산시의사회 전문가평가단도 "그간 민원이 접수돼 윤리위원회까지 올라간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1건에 불과했다"며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의사들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타인에 의해 규제를 받는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전문가평가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문가평가제가 소통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기도의사회 신정호 전문가평가단 부단장은 "경기도의사회의 경우 오산과 평택에서 민원이 많이 접수됐는데, 그러다 보니 지역의사회에서 소통이 활성화되고 스스로 조심하는 계기를 만든 것 같다"며 "또 전문가평가제로 더 많은 회원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3개 의사회는 향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전문가평가제 대상이 너무 좁고 사법적 권한이 없어 조사를 거부하거나 피할 경우 대응 수단 부족, 인력과 경비의 부족 등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성과를 근거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권근용(사진, 왼쪽)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의협은 의료법에서 인정하는 법정 단체로, 내부에 윤리위원회가 있고 조사와 징계의 권한을 법률로 보장받고 있다"며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살려 나간다는 데서 전문가평가제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권 사무관은 "시범사업 초기 의료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조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이 제도는 당연히 확대되고 보편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평가단에서 제안한 개선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했다. 

권 사무관은 조사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진료과정 이외의 사안에는 전문가평가단이 관여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 제도는 진료과정 중에 발생한 행위에 한정된 것"이라며 "그러나 전공의 폭행, 간호사 성추행 등 의료계 내부의 비인권적 문제도 조사 범위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안전에 위해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폭행이 발생할 수 있고, 폭행이나 성추행이 직위를 이용한 갑질일 수도 있다"며 "의료인의 품위손상 행위나 비도덕적 행위의 범위에 직무와 관련된 폭행 등을 추가하는 쪽으로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의 강제성 부분과 관련해서는 의협 내부의 정관 개정을 주문했다. 

권 사무관은 "의협 윤리위원회에서 회원을 강제할 수 있고 따르지 않으면 벌칙이 있다고 법률에 규정돼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고 정관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면서 "정관을 명확히 하고 강경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도 현실적이고 실효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예산 등의 지원 요구와 관련해서는 "내년 예산을 책정할 때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평가제 적용 대상 확대에 우려 목소리도 

한편 전문가평가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은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1년째니 회원들의 기대치가 높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의사가 의사를 징계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간호사가 의사를 고발하고 민간보험회사가 의사를 고발해도 사건을 다뤄야 하는 식으로 확대하는 건 제도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 회장은 "이 제도는 의사가 의사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총괄사무총장도 "애초 이 제도를 시작하면서 면허제도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오늘 소개된 내용을 보면 그런 것은 없고 어떻게 하면 회원들을 더 강제할까 하는 고민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업을 확대하려면 전체 회원들의 뜻을 물어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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