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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269조' 낙태죄 폐지 논쟁...임신중지는 죄인가, 권리인가청와대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의료계 "합리적인 법개정 노력 필요"
지난해 10월 17일 광화문 광장에서 73개 여성·사회 단체가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출처: ‘강남역 10번 출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angnam10th/) 갈무리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는 작년 9월 말 입법예고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통해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간주해 자격정지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와 여성계가 강력히 반발하자 낙태수술을 하다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의사는 기존대로 1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낙태죄' 폐지 여론이 촉발됐다.

여성단체들은 "더 이상 국가의 인구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안에서 인공임신중절 사유를 허락받고,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머무르지 않겠다"며 "임신중절에 대한 비범죄화를 기초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낙태죄는 현행 형법 제269조(낙태)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형법 269조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형법 제269조 제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고 명시했고,  이어 270조 제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해 낙태수술을 한 의사 등을 처벌하는 근거 규정을 뒀다.

'성과재생산포럼',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에 참여하는 70여개 여성·사회단체는 지난해 10월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들이 더 이상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국가가 더 이상 여성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제2항, 형법 제270조 제1항의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 등록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청원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청원인은 "임신이 여자 혼자서 되는 일이 아니며, (낙태의)책임을 묻더라도 더이상 여성에게만 독박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며 "낙태죄를 만들고 낙태약을 불법으로 규정짓는 것은 이 나라 여성들의 안전과 건강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청원글에 동의자가 23만명을 넘어서면서 청와대가 지난 26일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지난 2010년 이후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다시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26일 공개답변을 통해 "정부는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로 했다"며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며, 헌법재판소도 다시 한 번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을 다루고 있어 새로운 공론장이 열리고 사회적, 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의 이번 답변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접수해 심리 중인 '형법 269조와 270조의 위헌 여부를 가르는 헌법소원 사건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료계는 낙태죄 관련 규정의 폐지를 놓고 찬반 입장이 엇갈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공식 입장을 내고 "낙태죄 폐지 청원이 23만명을 돌파해 또다시 사회적 이슈가 된 것에 대해 태아의 생명을 존중해야 함은 당연함과 동시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 또한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며 "이번에야말로 모성건강을 위한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개정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종교적인 이유나 생명윤리 등에 무게를 두고 낙태죄 폐지에 적극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모임)는 불법 낙태 거부를 선언했고, 이후 '프로라이프 의사회'를 출범하고 낙태 수술한 의사를 고발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추진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자가 임신중절약의 도입 허용은 심각한 부작용 등으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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