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
식약처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

[라포르시안]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복용하는 암환자들과 관련 환자단체가 열흘 가까이 해온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사퇴 촉구 릴레이 1인시위를 종료한다.

앞서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환우회는 지난 13일부터 식약처 정문 앞에서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장기간 복용 중인 암환자 6천여 명의 안전과 인권보다 약사 직능의 이익을 우선하는 류영진 식약처장은 사퇴하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1인시위를 해 왔다.

이들 단체가 식약처 앞에서 시위에 나선 건 지난달 31일 열린 보건복지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나온 류영진 식약처장의 발언 때문이다.

당시 국감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박능후 복지부장관에게 “지난 17일 국감에서 식약처는 ‘글리벡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안전성, 유효성이 전혀 차이가 없다.’ 이렇게 분명하게 답변을 했는데 복지부는 '글리벡의 경우 약제 변경 시 부작용 등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글리벡의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차이가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라고 질의했다.

답변에 나선 박능후 장관은 “식약처가 보는 것과 복지부가 보는 것은 조금 시각이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식약처는 성분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지만, 복지부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네릭) 비복용자가 약을 (제네릭으로) 바꾸면 동일성분이라도 다르게 발현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 같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박 장관의 답변 이후 류영진 식약처장은 위원장에게 발언권을 별도로 요청해 “동일 성분이고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통과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 두 제품에 대해서는 약효가 같다는 것이 식약처 입장"이라고 말했다.

류 식약처장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노바티스의 글리벡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대해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 처분을 내린 복지부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글리벡의 급여정지 처분을 놓고 환자단체와 시민단체간 벌어졌던 논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다.

앞서 시민단체는 "법규정에 따라 글리벡의 급여정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단체는 "수 천 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수년 또는 10년 이상 복용하며 생명을 유지해 온 항암제를 강제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의학적으로나 인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과징금 처분으로 갈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입장 차이를 보인 바 있다. <관련 기사: 백혈병환우회가 ‘글리벡’ 급여정지 처분에 반대하는 이유  "글리벡 등 노바티스 리베이트 의약품, 원칙대로 급여 정지해야">

실제로 류 식약처장의 국감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약사 관련 단체에서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생물학적 동등성시험과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장한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논란이 커지자 식약처는 "국감에서 류영진 처장이 추가 발언을 한 것은 복지부 장관의 과징금 처분이 잘못된 판단이었다거나 식약처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게 아니라 동일 성분이라고 약효가 같은 것이 아니고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마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 두 제품에 대해서는 약효가 같다는 것이 식약처 입장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단체인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환우회는 류영진 식약처장 앞으로 ▲글리벡을 장기간 복용중 인 암환자 6천여 명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를 처벌한다는 명목으로 ▲암환자도 원하지 않고, 치료하는 의사도 권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분이 동일한 글리벡 제네릭이나 성분이 동일하지 않는 대체 신약(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으로 중간에 바꿔 복용하도록 강제해도 환자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는지를 묻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공개서한 발송에 이어 지난 13일부터 식약처 정문 앞에서 열흘 가까이 류영진 식약처장 퇴진을 촉구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러던 중 최근 식약처가 공개서한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옴에 따라 항의 시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식약처는 답변서를 통해 "글리벡 제네릭 의약품은 글리벡 대조약으로 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됐으므로 안전성과 유효성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며 "일반적으로 의료현장에서의 의약품 사용은 해당 질환의 특성과 환자의 상태 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사의 처방에 의해 이뤄지며, 이는 의료법 규정에 따라 누구든지 간섭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의 답변 내용에 환자단체는 아쉬움을 표했다.

백혈병환우회와 GIST환우회는 22일 "공개 질의에 대해 식약처장이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그러나 글리벡 복용 환자와 가족이 겪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공감하는 등 식약처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할 때 회신 가능한 수준의 최선의 답변이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양 단체는 "앞으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추진할 계획이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정하는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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