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하(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간행이사)

[라포르시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이자 국내 사망 원인 7위에 해당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국내 COPD 유병률과 사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연간 1조 4,000억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COPD는 폐 질환의 특성상 한 번 손상되면 이전 상태로 회복이 불가하기 때문에 다른 질환보다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COPD 질환의 인지도가 낮아 대부분의 환자가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고 폐 기능의 절반을 잃은 상태로 내원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진단과 적정 치료로 COPD 환자의 입원과 급성 악화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관련 학회에서는 폐기능 검사를 건강검진에 포함하고 흡입기 교육 수가를 별도로 마련하는 방식의 정책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유광하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간행이사)를 만나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 문제를 짚어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들어봤다. 

- COPD는 심각한 질환임에도 인식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COPD는 흡연이 가장 주요한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 원인 1위인 심뇌혈관질환은 뇌졸증, 중풍, 심근경색 등 여러 종류의 질환을 포함한 복합 질환이지만 COPD는 단일 질환임에도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할 만큼 사망률이 높다. 국내 환자 수는 약 30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는 약 17만 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5%에 불과하다. 그 원인은 COPD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 얼마 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서 COPD의 사회경제적 부담비용이 1조4,000억원을 넘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학회 차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확인한 COPD 환자 19만2,496명의 의료비는 물론 실제 환자 373명을 대상으로 비보험 의료비, 간병비, 생산성 소실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 비용은 연간 1조 4,200억 원에 달했고, COPD 환자 1인당 7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내역으로 크게 의료비용, 교통비용, 간병비용, 생산성 손실비용 등 4가지 지출 비용을 조사했더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바로 생산성 손실 비용이다. 그 중에서도 COPD로 인한 결근 및 조퇴 등 노동력 상실로 발생하는 이환 비용(4,611억원)이 가장 높았으며, 조기 사망비용은 약 1,0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대목은 COPD 조사 대상 환자 수가 다른 질환 환자보다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1인당 부담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천식의 경우 COPD 조사 환자의 10배가 넘는 약 200만 명을 기준으로 전체 약 2조원 가량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COPD가 개인의 질환이 아닌 가족 질환이라는 점이다. 전체 비용 중 환자 본인에 의한 조기사망비용과 의료비용을 합쳐도 4,000억원에 그쳤고, 나머지 약 1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간병비와 사회적 노동력 상실에 따라 발생했다. 그만큼 COPD를 조기 진단해 치료함으로써 사회경제적 비용과 환자 부담을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

- 이번 연구조사의 한계점이 있다면.

“기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COPD로 인한 비용 지출을 조사했지만 기초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 COPD는 폐기능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한데, 폐기능 검사 결과 값에 대한 자료가 없다보니 COPD 코드로 조작적 정의를 내려 조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COPD 코드가 'COPD 치료제를 1년에 2번 이상 쓴 경우' 혹은 '입원을 한 경우' 등 모호하게 정의됐기 때문에 조사에 포함된 환자들이 실제 폐기능 검사로 COPD 진단을 받은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

두 번째 문제는 심평원 조사에서 보험이 적용되는 직접 의료비만을 산출했다는 점이다. 고령의 환자가 많은 COPD 질환 특성상 보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른 지출 비용이 빠져 있고, COPD로 인한 이환비용 및 조기사망비용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 호흡기질환 환자는 1차 의료기관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1차 의료기관에서 COPD 진단 및 치료율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의 경우 심평원에서 각 질환별로 적정성 평가를 실시한다. COPD도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연간 10명 이상의 COPD 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을 평가 대상으로 선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1차 의료기관의 약 83%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제외된다. 다시 말해 국내 1차 의료기관 중 83%는 1년에 COPD 환자를 10명도 진단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 효과적인 COPD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1~2차 의료기관에서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10년 이상 흡연 경력을 가진 4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진행하면 COPD 발견율이 23%로 굉장히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연령 및 흡연 경력에 대한 스크리닝을 거치지 않고 전체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현재 건강검진 방식으론 COPD 진단율을 높이기 어렵다.

그러나 일단 증상이 있어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폐기능 검사만 실시하면 COPD 진단과 발견이 가능하다. 문제는 폐기능 검사가 주기적인 정도관리가 필요해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1차 의료기관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기존 폐기능 검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자격 조건이 완화된 폐기능 검사가 나왔음에도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COPD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폐기능 검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근본 원인이다.”

- COPD 증상이 기침 혹은 가래이다 보니 천식 등의 다른 호흡기질환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COPD와 천식은 발병 원인부터 검사, 치료 방법까지 완전히 다른 별개의 질환이다. COPD와 천식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폐기능 검사다. 문제는 국내 폐기능 검사율이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만성질환은 증상이 나타나면 혈압을 재거나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등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요청하지만 COPD는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나타나도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착각하거나 폐기능 검사를 받지 않는다.”

- 최근 들어서는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 COPD 치료 현황을 살펴보면 경구제와 흡입제가 7대 3 정도의 비율로 처방되고 있다. 종합병원은 흡입제가 90% 이상 처방되고 있지만 1차 의료기관에서는 COPD 진단도 잘 안될 뿐더러 경구제 처방율이 더 높다. 반면 해외에서는 흡입제와 경구제 처방 비율이 거의 8대 2 수준으로 국내와 완전히 정반대 상황이다. COPD 치료 지침에서도 흡입제 치료의 유용성에 대한 근거를 바탕으로 흡입제 처방을 권고하고 있다. 경구제와 달리 흡입제는 적은 용량으로 폐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기 때문에 경구제 보다 부작용이 적고 속효성이 뛰어나다. 다만 흡입제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디바이스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 COPD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결핵 및 호흡기학회 차원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크게 COPD 질환 인지도 향상과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 항목을 포함시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COPD 인식 향상 차원에서는 질환을 알릴 수 있는 책자나 포스터 등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COPD 조기 진단이 가능하도록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포함해 달라고 정책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폐기능 검사를 통해 미리 COPD 진단을 받으면, 질환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을 때보다 급성 악화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사회경제적 부담 비용 조사 결과에서도 악화를 경험한 COPD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의료비용 차이가 굉장히 크게 나타났다. 지난 7월에는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과 함께 만성기도질환 교육 수가 인정을 촉구하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학회 차원의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으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만성기도질환 교육상담료 수가 신설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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