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여성에 비해 고위험신생아 출산 비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임신 기간 동안 언어와 문화적 장벽 등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낮은 의료접근성, 부실한 영양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병원 송인규 교수(소아청소년과, 주저자)와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가정의학과, 교신저자)는 ‘대한민국 남성과 결혼한 이주 여성의 출산결과’ 라는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 open)'에 실렸다.

연구진은 결혼이주여성의 출산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단태아 177만여 명의 통계청 출생 자료를 토대로 산모 나이, 출산 횟수 등 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보정한 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숙아(임신기간 37주 미만), 저체중출생아(출생체중 2,500g 미만), 과숙아(임신기간 42주 이후) 출산위험은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이 가장 높았다.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의 미숙아 출산위험은 6.70%로 한국 여성(4.50%)보다 약 1.5배 높았고, 저체중출생아 출산위험은 6.20%로 한국 여성(3.60%)과 비교해 1.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필리핀 이주여성의 과숙아 출산위험은 0.44%로 한국 여성(0.25%)보다 1.8배 높았다.

거대아 출산위험은 중국 출신 여성이 4.70%로 한국 여성(3.10%)보다 1.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위험 신생아 출산은 영양상태, 생활습관, 산전관리 등 산모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시아권 이주여성의 임신 기간 건강관리가 부실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연구진은 추측했다.

송인규 교수는 “결혼이주여성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아시아권 이주여성 대부분은 입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신 및 출산을 준비한다”며 "새로운 환경 적응과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언어장벽 등으로 인한 의료접근성 저하가 고위험 신생아 출산위험이 높은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은 산전관리·교육 등의 의료혜택을 한국여성과 동일하게 제공받을 수 있지만 언어장벽 등으로 정보 접근이 어렵다 보니 이용에 제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송 교수는 “선행 연구에서도 확인됐지만 임신 기간 중 영양공급이 부실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이주여성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교육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출산 예정일까지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산전 관리를 받을 수 있다면 결혼이주여성의 고위험신생아의 출산 비율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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