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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진료 꺼리는 의사들...탁상공론 '치매국가책임제' 탓?치매 특성 파악하지 않은채 정책 밀어붙여..."현장부터 파악하고 정책 세워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 환자와 가족, 간호 종사자 등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문재인 정부가 핵심 보건복지 정책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함께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료현장에서는 의사들이 치매 환자 진료를 꺼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신현길 대한노인의학회 부회장(천안두신경과의원)은 지난 5일 서울역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 강연을 통해 "최근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이 치매 환자 진료를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보건정책 결정자들은 치매국가책임제 이행을 위한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현장을 파악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이 치매 진료를 꺼리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치매진료 교육시스템 부족 문제다. 

신현길 부회장은 "상당수 의사가 치매뿐 아니라 인지장애 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의대 교육에서 치매 문제를 단편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라며 "외래에서 비교적 경증 노인의 인지기능 검사나 외래 진료 환자만 관찰한 경험이 있고 노인과 치매 환자에서 자주 생기는 여러 질환의 복합교육은 없다"고 지적했다. 

신 부회장은 "임상 의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교수는 대학 외래까지 올 수 있는 비교적 초·중기 치매 환자만 경험한다"며 "이론에 밝지만 중증 치매환 자 치료와 관리 경험은 부족하다. 경험 부족은 교육의 부실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공의 수련과정에서도 개원의나 요양병원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련규정 조정이 필요하고, 노인진료 교육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진료현장에서의 문제다. 노인 환자를 보기도 힘들거니와 보호자들 때문에 그런 어려움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치매 환자라도 환자와 대화를 하고 다시 보호자와 대화를 하는 이중 진료를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느린 행동과 난청, 언어장애, 인지장애 등 복합장애를 겪고 있어 소통이 어렵다"며 "치매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진료, 설명, 검사, 치료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이 진료시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경우도 있다.

신 부회장은 "치매 환자 보호자 대부분은 (장기간의 간병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예민하고 짜증이 많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들은 보호자를 무서워한다"면서 "병원 직원들과 의료비, 진료예약, 진료순서 등의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잦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보호자들이 간병인을 아랫사람 부리듯 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신 부회장은 "간병인에게 별일을 다 시킨다.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라', '약 타와라'. '밥하고 청소해놓고 가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간병인들이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의료 행정의 문제를 꼽았다.  

신 부회장은 "치매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진료비는 다른 질환 환자와 똑같다. 그런데도 시간은 훨씬 많이 소요된다"면서 "보호자와 길게 면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은데 수가가 없고, 설령 수가가 있어도 받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보호자 내원이 많은데, 이는 반값 진료비와 장기 처방 요구로 이어진다. 게다가 환자와 보호자들은 보험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의사와 직원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치매환자 진료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게다가 처방 약 개수가 많고 진단 병명이 많아 병원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노인 관련 진료행정도 상당히 복잡하다. 

신 부회장은 "당뇨 등록, 예방주사, 희귀·만성질환 등록, 산정특례 질환, 금연치료, 환자의뢰 등등 처리하고 사인해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치매도 마찬가지다. 인지검사 보험화, 치매 산정특례제도, 치매약 사용 등 챙기고 알아야 할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이 치매환자 진료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아 노인의학회 부회장(헤븐리병원)은 "현 정부가 어서면서 치매 환자 증증 등록, 인지기능검사 보험급여 등 치매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많이 하는데 사각지대가 있다"며 "정부가 너무 급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보니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해도 자신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고 말했다. 

양현덕 노인의학회 학술이사(하버드신경과의원)는 "중증질환 산정특례에서 특정기호 'V800'인 초로기 치매와 루이소체 치매는 5년 한도가 적용되는데, 'V810'에 해당하는 일반 노인성 치매는 60일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지만, 요양병원은 제외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학술이사는 "게다가 정부에서 너무 서둘러 발표하는 바람에 환자 보호자들은 자신의 부모가 다 중증이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진료현장에서 의사와 환자 보호자 간 다툼도 잦다"고 전했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의료는 소홀히 한 채 복지 쪽에만 너무 치우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은아 부회장은 "치매를 치료하지 않고 돌보기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악화를 방치하면서 생명만 연장해주는 셈"이라며 "치매는 의료적 혜택을 우선으로 두고 다음에 복지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환자들이 약도 안 먹으려고 하고 병원에 오지도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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