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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부활했다?금융당국, 건강관리 연계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마련..."의료민영화 적폐 계승한 것"
지난 2016년 2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라포르시안] ‘보험’과 ‘헬스케어’를 결합해 가입자가 건강관리 활동을 한 만큼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의 주는 이른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이 추진된다.

그러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앞서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던 민간기업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정책과 비슷한 개념이란 점에서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가입자가 건강해지면 보험료 할인이나 금전적 혜택을 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보험업계와 함께 공동 T/F를 구성해 마련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은 질병이나 사망보험 등 건강관리 노력과 관련된 모든 보험상품에 적용된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발 가능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은 크게 ▲웨어러블 기기 ▲건강관리 프로그램 ▲만성질환 관리 등의 세 가지다.

우선 웨어러브 기기를 연계한 상품은 계약자가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의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하루 만보걷기 등의 건강관리 활동을 꾸준히 실시한 것으로 확인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거나 할인되는 금액만큼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연계한 상품한 가입자가 보험사와 제휴를 맺은 헬스케어 회사의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건강지표를 달성할 때마다 건강관리 서비스나 보험료 할인 등을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만성질환을 보장하면서 관련 질환·질병지수를 적정하게 관리하면 보험료 할인(환급) 등의 혜택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상품도 개발된다. 당뇨병 환자가 당화혈색소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거나 환급해 주는 식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예시. 이미지 출처: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보험사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은 웨어러블 기기 구매비용(직접 제공은 제외), 보험료 할인, 보험금 증액, 캐쉬백, 포인트, 건강관련 서비스 등 광범위하게 허용된다.

이러한 상품 개발을 위해 가이드라인은 보험사가 웨어러블기기 또는 보회사나 보험회사와 업무제휴를 체결한 회사가 운영하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가입자의 건강관리노력을 직접 측정·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사전에 약정한 바에 따라 건강관리노력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관리노력에 관해 측정·수집한 정보를 보관하고 보험요율 산출 등에 활용토록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혁신상품의 경우 보험업법 제98조에 따른 특별이익 제공 금지, 같은 법 제128조의 기초서류 작성기준 등의 현행 법령 적용기준이 모호해 신상품 개발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이에 따라 그간 제기된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다양한 혁신상품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을 걷어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朴 정부 때 의료민영화 논란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정책과 판박이

그러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의 내용을 뜯어보면 앞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비의료기관을 통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정책과 내용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간기업이 건강관리기관을 만들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의료민영화 논란이 제기되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심지어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법 제정도 아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관련 산업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나서 의료계와 시민단체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발표한 9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고령화와 의료비 지출 증가 등으로 ICT·웨어러블기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업이 미래유망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ICT와 웨어러블기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새로운 의료서비스와 제품 개발을 활성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지난 2016년 2월 17일 발표된 '9차 투자활성화 대책, 보도자료

이런 정책 방향에 맞춰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료행위 구분해 비의료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를 별도로 규정하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당시 복지부가 제시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방안을 보면 '건강관리서비스란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및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적극적·예방적 서비스'를 의미한다.

허용 가능한 건강관리서비스의 범위는 ▲의료기관의 진단·처방을 토대로 한 사후관리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생활습관정보 축적 ·관리 및 이를 활용한 서비스 ▲맞춤형 영양·식단·운동 프로그램 등 설계 ▲금연·절주 등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 및 관련 용품 제공 등이다.

당시 보험업계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헬스케어를 접목시킨 보험을 판매할 수 있고 건강관리를 통한 손해율 관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 반겼다.

반면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명백한 의료행위인 건강관리 분야를 산업적인 형태로 인식하는 등 의료를 경제적인 목적으로만 해석해 정책을 펼치는 것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는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분야를 하나의 시장으로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건강관리서비스가 시장에 내맡겨진다면 민간보험사들의 새로운 이윤창출 시장이 열리고, 의료민영화로 가는 중요한 경로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 건강증진을 보험사 돈벌이로 전락"

이번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이를 보험상품에 결합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되는 웨어러블 기기, 건강관리 프로그램, 만성질환 관리 등의 서비스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민간기업에 허용하는 건강관리서비스 허용 범위와 거의 동일하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제도 내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건강관리 영역을 민간 보험사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은 말만 바꾸었지 박근혜 정부 때 발표한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과 동일한 내용"이라며 "무엇보다 국가가 해야 할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서비스 제공을 민영보험사가 상품화 해 영리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공동으로 마련한 가이드라인에서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검진이나 각종 건강관리 지표를 직접 측정.수집하고 보관할 수 있게끔 허용한 것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우 정책위원장은 "가이드라인 내용을 보면 보험사가 웨어러블기기 또는 보험사 또는 보험회사와 업무제휴를 체결한 자가 운영하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피보험자의 건강관리노력을 직접 측정․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관리노력에 관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보험사가 개인질병정보를 직접 혹은 제휴사나 계약자를 통해 수집하겠다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방대한 개인질병정보가 보험사에 집적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검진 수치나 만성질환자의 관련 질병 지수(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등) 정보를 수집하려면 결국 의료기관과 제휴를 맺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민간의료보험과 의료기관의 결합을 통한 의료영리화를 부추길 수 있다.

우 위원장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험사가 특정 의료기관과 업무제휴를 맺고 가입자의 건강검진 기록 등을 수집하는 방식이 활성화 되면 결국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인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처럼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는 곧 의료민영화를 부추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수정권 9년간 쌓인 적폐 청산을 국정기조로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전임 정부 때 의료민영화 논란을 일으켰던 정책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진현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은 "박근혜 정부는 9차 투자 활성화 대책 이후 법 개정 없이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려 했다"며 "하지만 탄핵 정국으로 가이드라인이 결국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금융당국이 밣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계승한 것"이라고 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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