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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모는 근로기준법 제59조'특례업종' 포함된 의료업, 장시간 노동 부추겨..."사용자 위한 특례로 전락·환자안전 위협"
야간근무 중인 간호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는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다.

같은 법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곧바로 제54조(휴게)에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업 종사자한테는 이런 근로기준법 규정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같은 법 제59조에 규정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 조항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르면 운수업을 비롯해 금융보험업, 의료 및 위생 사업 등의 업종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했을 때 제53조제1항에 따른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는 이런 특례 규정이 없었다. 그러다 1961년 12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이 규정이 추가된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공중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특정업종의 노동시간은 별도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게 특례업종 규정을 둔 취지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를 위한 특례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로 의료업에 해당하는 병원 사업장에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의 장시간 근무는 유명하다. 

특히 수련병원의 전공의는 주당 100시간이 넘는 비현실적인 노동시간이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그나마 전공의의 장시간 근무가 환자안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조금씩 천천히 근무시간 단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사들의 근무환경도 끔찍한 수준이다. 병원의 만성적인 인력부족 상태에서 근무하다보니 식사도 5~6분 만에 마시듯 해야 하고, 근무 중 휴게시간은 언감생심이다. 심지어 생리대를 갈 시간조차 없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여성 노동자가 많지만 모성보호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뇌혈관·심장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산재 신청 및 승인현황<단위: 건>. 표 출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

의료업처럼 특례업종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사가 많다는 게 정부 공식 통계로 확인됐다.

최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위원회 간사)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특례업종 종사자의 과로사(뇌.심혈관계 질환 사망자) 신청은 487건에 달하고, 이 가운데 129건(승인율 26.5%)이 산재 승인을 받았다.

같은 기간 과로사로 인정받은 전체 노동자(459명·승인 기준) 중 28.1%가 특례업종 노동자였다. 그나마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과로사는 국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간호사·의사 등 보건업 종사자의 과로사 신청은 32건에 달했지만 승인된 건수는 4건에 불과했다. 사회복지서비스업도 17건의 산재 신청이 접수됐지만 1건만 승인됐다.

근로기준법에 특례업종 규정을 두고 무제한 노동을 국가가 허락한 탓에 버스·택시 기사 등 운수 인력과 간호사·의사 등 의료인력은 과로로 내몰린다. 

버스 운전기사의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처럼 장시간 노동은 의료인의 업무집중도를 떨어뜨리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공중의 편의와 안전을 위한다'는 특례업종 도입 취지에 반하는 셈이다. 

앞서부터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업을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시킬 것을 요구해 왔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업에서 발생하는 연장근로는 인력부족·인수인계 환자·입퇴원 처리시스템 등이 주원인이 되고 있다"며 "인력충원·업무량 조절·인수인계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연장근로 발생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례(特例)'라는 명칭과 달리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한정애 의원은 “‘특례’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특히 보건업, 운수업,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에서의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자신의 소중한 생명뿐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간 특례·포괄임금제 등 장시간 노동 강요 노동악법 폐기해야

한편 민주노총과 과로사예방센터,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노동건강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반올림, 사회진보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 등 30개 단체는 지난 9월 12일 '과로사 아웃(OUT)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공대위는 발족 선언문을 통해 "OECD 최장의 노동시간, 자살률을 기록하며 과로로 죽고 자살하는 노동자가 넘쳐나는 한국의 현실이 참으로 암담하고 비참하다"며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의 현실은 수 십년이 지난 오늘도 지속되고 있으며, 노동시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각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주당 40시간이라는 법정 노동시간은 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노동시간 특례, 포괄임금제등 각종 노동악법으로 휴지조각이 된지 오래"라며 "10월 연휴를 앞두고 법정 공휴일이 유급으로 보장되지 않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은 긴 한숨 내쉬며 출근을 하고,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만연한 포괄임금제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공짜 노동까지 강요받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장시간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대위는  ▲장시간 저임금 노동 중단 ▲노동시간 특례, 포괄임금제 등 장시간 노동 강요 노동악법 폐기 ▲법정 공휴일 유급 휴일 법제화 및 노동시간 양극화 해소 법안 제정 ▲주당 노동시간에 대한 행정해석 폐기와 과로사에 대한 감독 처벌 강화 등을 요구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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