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사, 2200여명 신규 인력 충원도 합의...환자안전 위한 적정 의료인력 확충 노사정 머리 맞댄 결과

[라포르시안] 올해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을 통해 1만명이 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환자안전과 직결되는 의료기관의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2,000명이 넘는 신규인력도 충원키로 했다.

이런 성과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환자안전과 직결되는 적정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병원 노사는 물론 정부가 함께 참여해 논의하고 타협하는 산별교섭의 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틀 속에서 병원의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비정규직으로 인해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환자안전을 위협한다는 문제인식을 노사정이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5일 전국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올해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에서 95개 의료기관에서 2,227명의 신규 인력 충원과 1만 999명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합의해 총 1만 3,226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구체적인 교섭 결과를 보면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 특수목적공공공병원 등 전국 74개 공공병원에서는 '공공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1,991명의 신규 인력 확충과 비정규직 1만97명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다.

이 중에서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6개 국립대병원은 539명의 신규 인력 확충과 비정규직 5,6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민간의료기관에서도 사립대병원 `5곳과 민간중소병원 6곳에서 모두 236명의 신규 인력 확충과 비정규직 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일궈냈다. 

민간병원 중 경희의료원은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선포하면서 5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고, 고대의료원(40명), 조선대병원(34명), 이화의료원(30명), 한양대의료원(16명) 등의 사립대병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노사가 합의했다. 

특히 경희의료원은 산별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인상분 일부를 인력확충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기여하기로 한 보건의료노조의 방침에 따라 임금인상분 중 0.5%(6억원)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키로 했다.

고대의료원도 임금인상분 중 0.2%(5억원)를 인력확충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사용하기로 노사간 합의가 이뤄졌다.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산별교섭 및 노사정 협의를 통한 보건의료분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성과보고' 기자횐견 자리에서 "올해 교섭과정에서 임금인상보다는 인력확보와 인력의 질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의 교섭이 100% 산별교섭이라고 할 수 없으나 혼심의 힘을 다해 산별교섭을 이끌어냈다"며 "이것이 노사정 협의와 시너지를 이루어 소기의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산별교섭에서 인력확충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의 성과를 낸 건 보건의료분야 노사정이 환자와 국민, 보건의료노동자들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놓고 대타협을 추진해 온 결과물이라고 보건의료노조는 평가했다.

지난 8월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보건의료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식'이 열렸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로노조
지난 8월 23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보건의료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식'이 열렸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로노조

실제로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초부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노사정 대토론회를 비롯해 관련 포럼, 간담회, 정책협의 등을 잇따라 마련했다.

지난 6월부터 '보건의료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TF'를 구성해 7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지난 8월 노사정 공동선언을 이끌어 내고, '공공병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올해 병원 노사간 산별교섭에서 이뤄낸 인력확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합의는 전체 산업계를 통틀어 최초의 노사정 일자리 대타협 사례로 꼽힌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외형적으로는 산별교섭과 노사정 대화의 성과이지만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일자리’라는 국가적 과제가 의료서비스 질과 국민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아래 20년간 축적된 산별노조의 힘이 발휘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산별교섭을 꼽았다. 병원 규모나 특성별로 근무환경과 경영상태 등이 상이해 개별 병원의 노사교섭을 통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아젠다를 논의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장은 "정부에서 아무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여도 공공병원, 사립대병원, 민간병원 등 병원마다 환경과 고민이 상이하기 때문에 병원별로 이러한 과제를 이행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산별교섭과 노사정 대화의 활성화로 개별 병원에서의 교섭도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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