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내 역학조사관·연구원 대부분 기간제근로자로 고용...전문성 기대하기 힘들어

[라포르시안] 질병관리본부에서 감염병 등의 예방업무에 있어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역학조사과과 연구원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역학조사관을 충원하고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역학전문요원(Epidemic Intelligence Service, EIS) 수준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질병관리본부가 충원한 역학조사관 인력 중 상당수가 길어야 5년, 짧으면 2년의 비정규직 기간제근로자 신분이었다. <관련 기사: 미국 EIS 같은 베테랑 역학조사관 양성한다더니…뽑는건 2년제 계약직 공무원>

15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체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질본 내 역학조사관 30명이 전문임기제로, 연구원 613명이 기간제 계약직 신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본부는 턱없이 부족했던 역학조사관 인력을 대폭 충원했다.

그러나 질본에 소속된 역학조사관 37명 중 보건연구관 7명을 제외한 29명이 2년 또는 5년의 전문임기제로 고용됐다. 그 중에서도 '전문임기제 가급'의 5년 임기 3명을 제외하면 모두 2년 임기로 짧은 기간 동안만 고용계약이 이뤄졌다.

질본 내 비정규직(계약직) 직원 전원은 연구원 직종이며 2017년 현재 613명에 달했다. 질본에 근무하는 연구직 공무원(연구관·연구사) 185명의 3배가 넘는 인원이다.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기간제근로자’ 신분으로, 입사일과 상관없이 매년 12월31일에 계약이 종료되고 다음 연도에 재계약하는 형태이다.

기간제근로자 신분으로서 정규직 공무원과 큰 폭의 임금 차이, 승진과 성과급에서 배제되는 등 처우에 있어서도 차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가제근로자 신분의 연구원이 많다보니 퇴사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2013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5년간 연구원 퇴사자는 총 431명에 달했다. 2013~2016년 기준으로 연평균 93명의 연구원이 퇴사했고, 질본을 그만 둔 연구원의 평균 재직기간은 2.2~3.9년에 그쳤다.

사실 이런 문제가 오롯이 질병관리본부의 잘못은 아니다.

정부 예산 편성시 역학조사관 인력 충원에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질병관리본부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사권이나 예산권 등의 자체적인 권한을 갖도록 처나 청으로 승격하는 게 필요하지만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윤소하 의원은 “감염병 등 질병 예방의 핵심 전문인력인 역학조사관과 연구원의 불합리하고 불안정한 고용환경과 처우 문제는 곧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2~3년 정도의 짧은 재직기간 동안 질병관리의 전문역량이 강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적극 추진하는 과정과 더불어 정은경 본부장이 역학조사·연구 역량 강화를 약속한 만큼 역학조사관과 연구원의 고용·처우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