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책연·대전협, 수련환경 실태조사 결과...10명중 2명 수련포기·전공 교체 고려

[라포르시안] 전공의들은 비뇨기과 등 일부 진료과 기피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것은 '노력에 비해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수련병원의 인턴·레지던트 1,768명을 대상으로 수련 및 근로환경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1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를 보면 특정 과목이 전공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서 '저수가로 인해 노력에 비해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52.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수련과정에서의 열악한 근무조건과 어려움' 17.5%, '수련 후의 진로 불안' 17.0%, '진료에 따른 위험요인(의료사고 등)이 크고 이를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11.1% 등의 순이었다.

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응답자의 71.4%는 지원 기피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기피 과목의 수가 인상, 가산율 조정 등으로 안정적인 진료여건 보장'을 제시했다. 

또 9.4%는 '의료사고 등 진료 위험요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 9%는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해외연수 지원 등과 같은 수련 중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공의 정원을 적정한 수준으로 대폭 조정'(7.4%)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전공의 10명 중 2명은 수련포기나 전공 교체를 고려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소에 수련을 포기하거나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51.1%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고 응답했고, 29.5%는 '보통이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의 19.4%는 '그런 편'이라고 답해 수련포기나 전공 교체를 고려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에 대해 48.1%가 '업무 로딩이 많아서'라고 답했다. 또한 18.4%는 '수련 후 전망이 좋지 않아서', 13.1%는 '의국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11.7%는 '수련의 질이 좋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표 출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수련병원 내에서 전공의를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과 언어폭력 행위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28.7%가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 전공의는 성희롱 경험자가 17.7%에 그쳤지만 여성 전공의는 48.5%로 매우 높았다. 여성 전공의 2명 중 1명꼴로 성희롱을 경험한 셈이다.

가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환자'라는 답변이 17.6%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교수' 9.5%, '상급전공의' 6.9%, '동료 또는 직원' 4.4% 순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10.2%는 '성추행(행동)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추행을 한 상대는 '환자' 5.6%, '교수' 3.0%, '상급전공의' 2.5%, '동료 또는 직원' 1.1% 순이었다. 

언어폭력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1.2%가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언어폭력 가해자는 '환자' 39.1%, '상급 전공의' 34.1%, '교수' 32.8%, '동료 또는 직원' 10.8% 순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20%는 수련 중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환자'(11.5%), '교수'(5.9%), '상급전공의'(4.9%), '동료 또는 직원'(1.0%) 순이었다. 

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들이 성적, 언어적, 신체적 위해에 노출되는 등 인권을 침해당하기 쉬운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전공의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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