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5명 최저임금 이하...성희롱 피해 경험도 많아

13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간무협 간부들과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3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간무협 간부들과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간호조무사들의 근로 환경이 더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 13일 국회도서관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공동으로 '2017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협회는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무법인 상상에 의뢰해 지난 7월 14일부터 23일까지 간호조무사 회원 8,6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금과 근로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간호조무사의 46.6%가 최저 임금 미만(13.8%) 또는 최저임금 수준(32.8%)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조사의 43%보다 악화된 결과다.

최저임금을 초과하는 임금을 받는다는 응답은 53.4%에 머물렀다.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비율은 한방의료기관 18.1%, 요양병원 16.5%, 일반의원 15.0%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도 10% 내외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일근무수당을 받지 못한 경우도  50.2%로 지난해 조사 결과인 46.6%보다 더 높아졌다.

근로 현장에서의 성희롱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5명 중 1명(18.9%)꼴로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환자가 60.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의사 17.3%, 보호자 11.2%, 동료 10.9% 순이었다. 또한 4명 중 1명은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법이나 제도를 통해 구제를 받은 경우는 1%도 되지 않았다. 

홍옥녀 간무협 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정책 과제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너무 절망적"이라며 "최근 강동경희대병원에서는 간무사 4명에 대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그 이유는 인력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병의원, 한방병의원 등 보건의료기관에서 약 20만 명의 간호조무사가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근로조건의 개선은커녕 사회적으로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직업군이든 그 노고에 합당한 처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간호조무사 처우가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윤소하 의원은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간호조무사의 역할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면서 "20대 국회 동안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보건의료 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정부와 국회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보건의료 인력 확충이라는 국정과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간호조무사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서비스의 핵심 중에 핵심인 만큼,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간호조무사 양성을 위한 전문대학 설치를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정춘숙 의원은 간호조무사의 근로 환경 개선 방안이 국회에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간호조무사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특히 경제적인 영역뿐 아니라 업무 영역도 확대되고 명확해야 전문인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고 필요하다면 예산 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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