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 중증정신질환 조기중재 정책개발 토론회 열려..."초기 치료 지연으로 질병 만성화"

[라포르시안] "조현병 등 청년기 중증정신질환은 발병 후 빨리 치료하고, 치료 초기 몇 년간 잘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치료 시작 6개월이면 정신병적 증상은 70%의 환자에서 관해되지만 치료 시작 후 2년 시점과 11년 시점의 예후는 같기 때문이다." 

지난 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최하는 '청년기 중증정신질환 회복을 위한 조기중재 정책 개발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조현병학회가 주관한 이 토론회는 중증정신질환 환자 가족을 비롯해 전문 의료진, 정부 관계자 등이 참여해 청년 정신건강 조기 중재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의 경우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환자는 전체의 30~50% 미만인데, 사회 지지체계 상실과 같은 이차적 손상이 문제가 된다"면서 "특히 불량한 예후를 보이는 사람이 전체 예산의 90% 넘게 사용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길은 불량한 경과로 진입하는 환자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를 위해 치료 초기 수년간의 약물치료 유지 전략체계 및 이차 손상과 관련된 심리·사회적 이슈에 대한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명수 용인정신병원 의사는 퇴원 초기 사례관리모형 개발과 집중 사례관리 모델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입·퇴원 전후의 집중 사례관리는 초발 정신질환자의 재발과 만성화 예방을 위한 필수조건이며, 선진국에서는 예외 없이 구축된 모형"이라며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특성화된 집중사례관리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건소-정신건강센터-의료기관 간 협력 관계의 변화도 검토되어야 한다. 전체 의료기관의 90%에 이르는 민간의료기관의 지역서비스 참여방안을 다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년 정신건강 조기중재 특화센터'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국내 정신보건시스템 상 빈번한 치료 지연으로 질병이 만성화해 새로운 정신보건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정신질환 회복 여부가 정해지는 발병 5년 이내인 결정적 시기에 집중적이고 포괄적인 정신 사회적 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중증정신질환 청년에게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마땅치 않다. 

김 교수는 "특히 지역사회에서 중증정신질환 조기발견과 치료 후 사회복귀를 돕기 위해 집중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특화 정신보건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면서 "거점 의료기관에 조기중재 특화 센터를 설립해 단기 사례관리를 포함한 정신사회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적극적인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연계로 만성화를 예방하고 회복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조기중재 특화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 수가체계는 신체질환 치료에만 집중되어 있어 중증정신질환은 내버려 두고 있는 분야다. 사례관리를 포함한 다양한 지역사회 서비스는 건강보험에서 커버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인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 서비스 수가 제공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정신질환 초기 치료에 수가를 많이 주고 집중치료를 받도록 하는 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초기에 집중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 상태는 나빠지고 비용도 맣이 드는 비효율적 치료가 된다. 지금의 낮은 수가체계가 그런 비효율을 조장하고 있다"며 "초기 집중치료기관은 높은 수가를 주고 입원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집중치료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적정수가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존 행위에 낮은 가격을 매긴 것도 저수가지만 필요한 항목임에도 수가가 정해지지 않아 서비스가 안 되는 분야가 더 심각한 저수가"라며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강문제를 다루는 분야에 적정수가를 적용하는 것이 문재인 케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중증정신질환의 조기개입 시스템 구축 제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건강보험 수가가 신체질환 치료에만 집중되어 있어 정신질환 관련 수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뼈아프다"면서 "최근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문의들과 정신질환 조기 관리 위주로 사례관리 수가 등 급여체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는데, 조기중재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차 과장은 "조기중재센터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며 "예산 당국이나 수가 관련 부서에서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같이 고민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정신질환과 관련한 각종 법이 시행된 것을 계기로 행자부에 조직 증설을 요청해 자살예방정책과가 생긴다"면서 "집중 사례관리, 조기중재특화센터 설립, 그에 필요한 수가 신설 등을 위해 의료계와 환자단체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는 공공영역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 크게 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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