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 전 적정수가 제시' 요구

서울시의사회 소속 회원 700여 명은 지난 3일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서울성모병원에서 보장성 강화 대책 철회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회원 700여 명은 지난 3일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서울성모병원에서 보장성 강화 대책 철회를 요구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라포르시안]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적정수가 보장'을 두 번이나 강조했음에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보장성 강화 대책 실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보건복지부의 제안을 거절했다. 정부의 적정수가 약속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적정수가를 보장한다고 해도 재정위기가 발생하면 무차별 삭감과 수가 인하 등 갖은 횡포를 부릴 게 뻔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3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7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뼈대로 하는 보장성 강화 대책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은 '수용할 수 없는 전면급여화 즉각 철회', '보장성 강화 전에 적정수가 제시' 등을 요구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은 의료계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정수가를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개념도 없다"며 "게다가 사회적 합의를 해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결국, 의사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세 번은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덧붙였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의사들은 두 번에 걸쳐서 크게 희생됐다. 건강보험 제도를 도입했을 때, 의약분업제도를 시행했을 때"라며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도 의사들의 희생을 전제한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추무진 회장은 대통령을 만나 설득하고 정치권과도 적극적으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세환 정주의학회장
최세환 정주의학회장

정부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대한정주의학회 최세환 회장은 지난 3일 추계학술대회가 열린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며,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보장성 강화 대책의 내용을 보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따른 재정투입분을 의사들이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과거 정부에서도 보장성 강화 대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삭감이 이루어졌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는 결국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것이고, 그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도 빠른 속도로 고갈 될 것"이라며 "정부가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라고 말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이 추진되면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필수의료'가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정부는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 피부, 미용 분야를 제외하기로 했는데, 의사들이 그 분야 시술로 몰릴 것"이라며 "그러면 죽고 사는 문제의 의료, 즉 필수의료가 도태해 외국에 나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태가 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수가 적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지난 3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장관 내시경 수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창영 회장은 "최근 건보공단 일산병원에서 추산한 내시경 수가를 보면 심지어 인도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며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하려면 적정수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내시경 수가가 현실화되었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함"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보험위원회가 수렴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추진에 대한 학회의 우려 사항,
대한의사협회 보험위원회가 수렴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추진에 대한 학회의 우려 사항,

"복지부, 적정수가 개념부터 수립해야"

한편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전국시도의사회장단이 이번 주말 한차례 회동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추무진 회장과 전국시도의사회장들은 지난 2일 대전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보건복지부에서 강도태 보건의료정책관, 노홍인 건강정책국장, 정통령 보험급여과장, 손영래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한 TF팀장 등 복지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회의에서 양쪽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을 맡은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보장성 강화 대책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복지부 공무원들을 만났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대 사안인 적정수가와 관련해 어떤 계획이 있느냐고 시도의사회들이 복지부 측에 물었더니 '과거처럼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 우선 원가 계산부터 시작하자'고 하더라"며
"시도의사회장들이 '원가계산 하다가 몇십 년 지나갈 것'이라고 쏘아붙였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는 적정수가를 보장하겠다고 하지만, 그 의미가 관행수가를 후려치기는 것을 하지 않겠다는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적정수가 개념 정립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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