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식약처에 제도개선 권고...보건의료 전문가에 젠더의학 관련 교육 강화

[라포르시안] 신약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 대상자에서 남녀 성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제도개선이 추진된다. 여성한테서 유병률이 높은 질환 및 관련 의약품에 대한 연구지원도 강화될 전망이다.

여성가족부(장관 정현백)는 ‘의약품의 승인·사용 정책’과 ‘농약 안전사용장비(방제복) 지원정책’에 대한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를 실시하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제도개선을 보건복지부, 교육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여성부로부터 개선권고를 받은 부처는 오는 9월 18일까지 개선계획을 제출하고,  2018년 9월 말까지 법률개정, 예산반영 등 추진실적을 제출해야 한다.

여성부가 소관 기관에 개선을 권고한 내용을 보면 의약품 임상시험에 남녀 균형참여 및 성별 분석을 강화하도록 복지부와 식약처에 개선권고 했다.

임상시험이 의약품 사용 시 효과와 안전을 보장하는 필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성의 임상시험 참여율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2016년 특정 성별영향분석평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식약처에서 허가된 국내 개발 신약의 초기 임상시험(1상) 여성 참여율은 총 28건 문헌의 630명 대상자 가운데 여성 대상자가 참가한 문헌은 3건(43명)에 불과했다.

여성의 주요 사망원인인 뇌혈관질환 약물 임상시험에서 여성참여율은 31%, 남성은 69%로 성별 격차가 38%p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부는 의약품의 처방과 투약 시 성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문가를 대상으로 의약품 성별 차이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도록 했다.

해외 의약품의 성차(性差) 정보를 위중도에 따라 구분하고, 국내 의약품에 대해서도 여성 대상 부작용 발생가능성을 수집·평가해 온라인 의약도서관 상의 전문가용 콘텐츠 등에 제공토록 했다.

특정 성별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할 의약품에 대한 정보는 유럽처럼 기존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활용해 제공하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도 개선을 권고했다.

여성부에 따르면 유럽 34개국 중 DUR을 시행하는 국가는 14개국(41%)이며, 이 중 '성별주의 내용'을 제공하는 국가는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영국, 포르투갈, 프랑스 등이다.

의약품 부작용 등에서 성별 차이가 있으므로 진료·처방·의약품 사용 등에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분석에 따라 보건의료 전문가 대상으로 한 젠더의학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토록 했다.

이를 위해 의사, 약사, 간호사 등의 보수교육 및 연수교육에 남녀 특성을 고려한 젠더의학 관련 내용이 포함되도록 하고, 보건의료 전공과정에도 젠더의학 관련 교육내용 개발을 유도하도록 권고했다.
 
박난숙 여성부 여성정책국장은 “이번 개선권고를 계기로 인간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여성의 건강권이 우리사회에 확고히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선진국을 중심으로 '젠더 의학'(Gender Medicine)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의약품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있어 성별차이를 연구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질병관리본부 생명의과학센터 심혈관희귀질환과와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백희영 교수가 공동으로 펴낸 '보건의료연구에서의 젠더 혁신'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미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연구에 젠더 관점의 적용이 필요함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론다 쉬빙어(Londa Schiebinger) 교수는 기초 및 응용 연구 분야에 성과 젠더를 고려한 분석 방법을 도입해 '젠더 편견'(bias, 비뚤림)을 제거함으로써 연구의 우수성과 질을 높이는 과정을 개발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전임상 연구 단계에서도 성별 차이를 고려한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동물과 세포를 사용하는 모든 전임상시험의 연구 계획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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