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제 도입 7년째, 의료 질 향상.환자안전 제고 효과 의문...의무인증 전환·보상체계 강화 등 필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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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의료기관평가인증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의료기관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 질 향상 및 환자안전 제고를 이끌어 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의료기관평가인증제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우선 도입된 지 7년째 접어들었지만 급성기 병원의 참여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2016년 12월말 기준으로 전체 급성기 병원 2,242개 중 인증을 받은 병원은 357개(15.9%)에 그치고 있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의무인증 대상이지만 평가 인증기준이 너무 낮아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 화재 참사처럼 의료기관인증을 받은 병원에서 환자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증제 무용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게다가 과거 '의료기관평가제'에서 지적됐던 문제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의료기관평가제는 지나치게 시설과 인력 등 구조적 측면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당초 의도했던 의료 질 향상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많았다.

평가 직전에 환자용 화장실을 보수한다거나 모유수유실을 만들어 놓고 평가가 끝나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병원도 있었다.

심지어 의료기관평가를 위한 각종 편법도 난무했다. 평가에 대비해 임시로 인력을 충원하거나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설문조사에 병원 직원과 거래업체 영업사원을 동원하는 일도 벌어졌다. 평가기간 중 의료기관의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직원들의 이직률을 높이는 부작용까지 초래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지난2010년 11월부터 의료기관평가인증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기존 평가제와 비교해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평가인증제 역시 시설과 인력 등 구조적인 측면 중심으로 형식적인 평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15년 실시한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 관련 상황과 의견을 묻는 별도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과중한 인증 관련 업무로 환자를 대면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오히려 환자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77%에 달했다. 환자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의료기관평가인증이 오히려 환자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인증평가를 위한 편법도 여전했다. 평가기간 동안 '근무하는 인력을 늘린다'는 응답이 41.8%에 달했고, '입원, 외래, 수술환자 등 환자수를 줄인다'고 응답한 비율도 57.3%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 제고를 기대하기 힘들다.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한 병원에서 각종 환자안전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8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제 개선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지난 8월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료기관평가인증제 개선 방안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환자안전·의료 질 향상 개선 근거 없어"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보건의료노조,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의료기관평가인증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토론회 발제를 통해 “미국 JCI 인증결과와 사망률 상관관계를 보면 우수기관인증을 받았을 때 사망률이 줄어들었다”며 “우리나라 인증제는 낮은 변별력, 낮은 신뢰성, 수준 낮은 인증기준, 낮은 참여율(병원급 11%)과 함께 인증원 운영의 투명성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증제가 도입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 제고에 어떤 효고를 냈는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개원한 지 7년째이지만 의료 질과 환자 안전이 어느 정도 좋아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인증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임시로 외래환자를 줄이거나 평가를 받는 기간에만 특정업무를 하는 등의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인증제도 개선을 위해 ▲인증결과에 따른 종별가산 차등 ▲학회와 협회 참여를 기반으로 인증평가영역 확대 ▲병원 근무환경 평가기준 추가 ▲인증 등급과 목표를 기반으로 절대평가 기준 도입 ▲불시평가제 도입, 평가요원 이력관리제를 통한 신뢰도 회복 ▲인증제도의 공익성 – 정부 기구 설치 또는 인증위원회 활성화 ▲국가 의료질 거버넌스 구축– 의료질향상 심의위원회 설치 ▲공개정보 확대와 소비자 알권리 ▲인증원의 공익적 운영 보장 등을 제안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도 발제에서 의료기관 대상의 각종 평가가 중복되는 문제와 평가결과에 근거한 보상체계 강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오는 2019년 3주기를 앞두고 있는 인증제가 현장의 문제를 극복하고 공공적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며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19종의 평가제도를 통합 운영하고 JCI와 중복인증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인증제를 위해 ▲적정인력 확보 ▲보건복지부내 인증제도 발전전략위원회 구성 ▲인증조사 방법 표준화 ▲의무인증 전환과 보상체계 강화 등의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방안을 제안했다.

의료기관의 규모와 운영형태가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 인증조사기준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는 “병원마다 제각각 수준이 다른 데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하니 문제가 생긴다”며 “의료기관의 수준을 고려해 각각에 맞는 인증조사기준을 세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관련 연구에 의하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면 병원에서의 환자 사망률이 23% 감소하고, 의료비는 30% 절감할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인증에 따른 강력한 인센티브와 함께 패널티를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인증제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참여율이 굉장히 낮은 부분 놀랐다. 발전방향과 로드맵 필요성에 공감하며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국회 등과 함께 노력하겠다”며 "인증 참여 여부에 따른 종별 가산이나 삭감 등의 인센티브와 패널티 부여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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