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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 위협하는 기후변화…메르스보다 폭염이 더 사납다폭염·미세먼지 등 기후변화 따른 건강피해 과소평가...'기후보건영향평가제' 뒤늦게 도입

[라포르시안] 공중보건에 있어서 폭염은 메르스 같은 감염병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5년간(2012~2016년) 온열질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총 5,91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58명이 사망했다. 올해 들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가 900명을 넘었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5명이나 발생했다.

메르스가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내고 퇴치된 것과 비교하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은 해마다 1,000명이 넘는 환자와 1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갈만큼 공중보건상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폭염은 과거에도 계속 있었던 현상이지만 최근 기후변화의 진행에 따라 발생시기가 불확실해지고 발생빈도나 강도 등이 심화되는 추세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온열질환자 발생 등의 건강영향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각종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규모의 심각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은일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2005∼2010년 기후변화와 급성심근경색 환자 2만8,5778명의 응급실 내원 양상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응급실을 찾는 심근경색 환자가 급격히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에 따라 응급실을 찾는 심근경생 환자는 여자보다 남자가, 지역적으로는 남부지역에서 뚜렷한 증가 양상을 보였다.

폭염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그로 인한 건강피해는 훨씬 크다.

기상청 김지영 연구관이 지난 2009년 'CLIMATE RESEARCH' 저널에 게재한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이란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1994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3,38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감염병의 발병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후변화에 따른 전염병 감시체계 개선 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온도변화에 따른 전염병 발생 영향을 예측한 결과, 섭씨 1도 상승 시 쯔쯔가무시는 6.0%, 말라리아는 3.4%에 가까운 발생률 증가를 보였다.

특히 인구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균관대 산학협력단과 한국건강증진재단은 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 의뢰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 부담 및 사회경제적 영향평가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기후 관련 총 건강영향 비용은 약 8,900억원으로 산출됐다. 하절기에 폭염으로 인한 심근경색, 뇌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환 건강영향 부담이 7,073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현되는 경우(RCP4.5)와 저감없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RCP8.5) 두 가지 시나리오별로 미래 건강영한 비용도 추정했다.

그 결과 미래 시점별 건강영향 누적 비용은 2020년에 12조6,000억원(RCP4.5, )과 15조1,000억원(RCP8.5), 2030년에는 27조6,000억원(RCP4.5)과 35조7,000억원(RCP8.5), 2050년에는 57조5,000억원(RCP4.5)과 96조1,000억원(RCP8.5)으로 산출됐다.

보고서는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질병부담은 기온상승으로 인한 질병과 기상재해 건수의 증가로 2050년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미래 인구구조의 주요 변화인 노령층의 증가가 초과 사망률과 이환율을 증가 시키는 주원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취약계층 인구가 많은 심혈관계 질환과 폭염으로 인한 사망 및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도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힘든 에너비 빈곤층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가난한 노인들이 폭염으로 인한 질병이환 및 건강악화를 훨씬 더 많이 겪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피해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고,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보건영향평가·실태조사, 내년부터 가능할 듯"

뒤늦게나마 보건의료 분야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기후보건영향평가제의 도입이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보건의료기본법에 기후변화를 보건의료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기후보건영향평가제'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기후보건영향평가제는 복지부장관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5년마다 조사·평가해 그 결과를 공표하고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토록 하는게 골자다.

지난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 보건의료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기후보건영향평가에는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의 유형과 내용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질병·질환 등의 임상적 증상 ▲발생 추이 및 진료경과 등에 관한 사항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질병·질환 등의 성별·연령별·지역별 분포 및 특성 등에 관한 사항 ▲기후변화가 보건의료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이 포함된다.

기후보건영향평가를 위한 실태조사 대상은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의 유형과 내용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질병·질환 등의 임상적 증상 ▲발생 추이 및 진료경과 등에 관한 사항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는 질병·질환 등의 성별·연령별·지역별 분포 및 특성 등에 관한 사항 ▲기후변화가 보건의료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복지부는 당장 올해부터 기후보건영향평가나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나 실태조사 체계를 갖춰야 하고, 관련 조직이나 예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기후보건영향평가와 실태조사를 위한 구체적인 업무체계와 기준 등을 갖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당장 올해부터 영향평가나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건 힘들고 빠르면 내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기후보건영향평가에 관한 구체적인 업무를 질병관리본부 미래감염병대비과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질병관리본부 미래감염병대비과에서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 등의 기후변화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기후보건영향평가 관련 업무도 미래감염대비과에서 맡게 될 것"이라며 "기후보건영향평가에 필요한 전담인력이나 조직 신설은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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