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 적극 모색

[라포르시안]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동 주최로 '정신건강복지법의 바람직한 재개정' 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지난 22일 서울대 치과병원 8층 강당에서 열렸다.  

두 단체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과 관련해 법 시행의 문제점과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가 더욱 철저하게 보장되는 계기가 되고, 여기에 변호사회와 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전문가들이 역할을 하고 있음이 널리 인정받기를 소망한다"면서 "세미나가 추후 바람직한 입법 방향 및 사법입원 제도에 대한 등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묘 신경정신의학회장은 "정신과 의사들은 저수가 속에서도 헌신과 봉사로 환자들을 돌봐왔지만 정신건강복지법은 이런 우리의 헌신과 노력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고 졸속으로 개정됐다"면서 "자칫 다 잃어버리는 상황이 빚어지기 전에 의사의 치료권과 환자의 인권을 모두 아우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안준호 울산대 의대 교수는"'전문의 2인 진단 제도'가 졸속으로 도입되어 무리하게 시행되고 있다"면서 "법 시행의 근거가 된 강제입원율과 장기입원일수 등에서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UN과 WHO의 인권보호 원칙에 없고, 선진국에서도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까다롭고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전문의 2인진단 제도를 OECD에서 가장 열악한 수준의 정신과 전문의 인력과 재원을 가진 나라에서 시행하는 것"이라며 "무리하게 시행함으로써 의료시스템이 더 악화되고, 형식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인권 보호를 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이 법의 시행 배경에는 정신과 전문의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면서 "그래서 정부는 대안으로 2번째 정신과 의사를 붙였다. 그런데 2번째 의사도 신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래 인권보호는 국가에서 맡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가장 간편한 것이 책임을 민간인에 맡기고 대가나 정당한 보상도 주지 않는 것"이라며 "물론 이 상황에서도 의사들은 신념과 윤리의식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하지만 정부가 과중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프로토콜을 정해줘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정신건강복지법을 보면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다. 특히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 등에 대해 학회에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러면 이 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드러날 것이고, 법의 재개정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세미나 좌장을 맡은 권준수 신경정신의학회 차기이사장(서울대 의대)는 "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하겠지만, 학회 차원에서 자정노력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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