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과대안 "전면 역학조사 결과 전달될 때까지 수입 중단해야"
[라포르시안] 최근 미국에서 5번째 광우병(소해면상뇌증, BSE)이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알라바마주의 11년령 암소 1마리에서 비정형 광우병(atypical BSE)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우병이 오염된 사료를 통해 전파되는 정형 광우병이 아니라 고령의 소에서 자연 발생하는 비정형 광우병이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비정형 광우병의 성격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기 때문에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 전면적인 역학조사가 이뤄져 위험성이 제한적이라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전면적이고 제대로 된 역학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 단체는 "미 농무부는 이번 광우병 소가 도축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식품공급과 무관하며 인간 건강에 대한 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미 동식물검역청(APHIS)은 관련한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했을 뿐 광우병 소가 어느 농장에서 왔으며 어떤 시설에서 길러졌는지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형 광우병이라고 위험도가 낮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양 단체는 "비정형 광우병은 아직 그 질병의 성격에 대해서 확실히 밝혀진 바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질병통제본부(CDC)는 비정형 광우병이 프리온 질병의 또 하나의 계통일 수도 있으며, '사료나 환경에 의한 전파가 배제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한국정부는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와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이번 광우병 사례에 대한 전면적인 역학조사를 시행해 위험성이 제한적이라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미 간 체결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 5조에는 '미국에 BSE가 추가로 발생하는 경우 미국정부는 즉시 철저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조사 결과를 한국정부에 알려야 한다. 미국정부는 조사 내용에 대해 한국정부와 협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들 단체는 "이 조항에 따라 미국이 역학조사를 시행하고 그 조사결과를 알리는 건 의무이며, 현재 비정형 광우병 발생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으므로 한국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정형 광우병이 정형 광우병에 비해 위험성이 낮다는 식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양 단체는 "비정형 광우병도 그 위험성이 이른바 정형 BSE와 다를 바 없다. 유럽식품안전청 등의 자료에 의하면 이번에 발견된 L-type 비정형 광우병의 경우 영장류 실험에서 먹는 것으로 전파되는 것이 확인됐고, 일부 영장류 실험에서는 전형적 광우병 보다 잠복기가 더 짧아 독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 시사되기도 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미국 육류업체 등을 인용해 비정형 광우병은 위험하지 않다고 밝히는 것은 근거없는 보도"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러스 원(PLOS ON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비정형 광우병을 감염시킨 원숭이가 정형적인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과 비교했을 때 생존기간이 더 짧았다. <관련 논문 바로 가기>
연구팀은 정형 광우병보다 비정형 광우병이 더 높은 병원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간한테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인 것처럼 보였던 사례가 실제로는 비정형 광우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단체는 "이명박 정부 시기 민간기업의 합의로 수입이 배제된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수입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최소한 대만의 수입위생조건과 동일하게 광우병 위험이 있는 내장과 분쇄육도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합의가 아닌 정부간의 합의로 30개월 미만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