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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은 힘들어 포기하고, 국가도 책임지지 않는 '소아재활치료'장애어린이·가족, 재활치료 시설 찾아 떠도는 '재활 난민' 신세..."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공약 신속히 추진해야"
지난 2월 17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 재활병원을 방문한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라포르시안] 국내에 등록된 중증장애 어린이는 6만3,000여명에 달한다.

장애 어린이들은 조기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으면 손상된 신체기능을 회복하거나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신체기능이 더 퇴화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문제는 재활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하는 병원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기존에 운영되던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이 대부분 문을 닫았고, 중증장애 어린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해 줄 수 있는 병원은 전국적으로 서울에 딱 한 곳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장애어린이와 보호자가 병원을 찾아 '난민'처럼 전국을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어린이재활병원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민간에서 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기가 힘든 의료환경이란 점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국내 재활치료 수가는 다른 질환 분야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낮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다. 2011년 기준으로 단순운동치료 수가(20분 실시)가 3,610원, 단순작업치료 4,330원, 복합운동치료 6.200원 수준이다. 미국의 재활치료 수가가 평균 3만원 이상이란 점과 비교하면 1/10 수준에 불과하다.

어린이 환자, 특히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일은 성인환자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인력,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어린이 재활치료 수가는 성인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병원을 운영하면 할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이다 보니 민간에서 운영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예전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전국에 여러 곳 있었지만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아동재활 인프라가 거의 붕괴됐다.

한 재활의학과 의사는 "낮은 소아재활 치료수가, 소아치료가 가능한 물리치료사 인력의 부족, 치료사 인건비 상승 등의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민간에서 어린이전문재활병원을 운영하기는 극히 힘든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꽤 있었는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많이 사라지면서 국내 아동재활 인프라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어린이재활병원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재활치료가 필요한 장애아동이 운동센터를 가장한 불법 재활시설을 찾는 사례가 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력과 시설과 갖추지 못한 불법 재활시설을 이용하다가 치료는커녕 골절이나 감염 등의 건강피해를 입기도 한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관계자는 "어린이재활병원이 거의 사라진 탓에 어쩔 수 없이 불법 시설에서 재활치료를 받다가 골절, 감염 등의 피해를 보는 장애 아동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보건당국에 알리고 싶어도 그마저 문을 닫아버리면 장애 아동이 치료받을 기회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나서지도 못하는 현실"이라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약 이행 촉구 목소리 커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다행히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전국 5개 권역별로 어린이재활병원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방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국가가 지방 어린이재활병원의 설립에 소요되는 경비를 출연하거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이 반드시 이 법안을 입법해 속도 있게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이 법안의 처리도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추진이 지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자 새 정부가 국민의 정책제안 참여를 위해 설치한 ‘광화문 1번가’에는 "국회에 상정된 ‘지방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이 조속히 통과되고 전국에서 접근성이 용이한 대전에 하루빨리 세워지고 원활하게 운영되길 바란”는 제안도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를 향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전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추진 단체인 '토닥토닥'은 지난 13일 토론회를 열고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오는 19일에는 전국의 중증장애아동 가족들이 청와대 앞으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의 절박함을 전달하고 신속한 공약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보건의료계에서도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촉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애 어린이들이 재활치료 시설을 찾아 난민처럼 전국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물리치료사들이 나섰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조속한 설립을 촉구했다.

물리치료사협회는 "전국의 물리치료사들은 현장에서 수많은 재활난민 아이들을 봐왔다. 자신의 지역에서 치료할 시설이 없어 한 시간이상 차를 타고 와서 30분 치료를 받고 가는 아이, 아빠와 떨어져 치료실 근처에 집을 얻어놓고 엄마와 살며 치료실을 다니는 아이, 3개월이 지나면 퇴원을 해서 타병원으로 이동해야 하지만 갈 곳이 없어 치료를 중단하는 아이들을 보았다"며 "소아재활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장애아동들은 치료실을 찾아 이동하며 생활하는 재활난민으로 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

협회는 "무엇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아동이기 때문에 재활치료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병원들은 비현실적인 의료수가와 소아치료실 운영의 어려움으로 소아재활치료를 기피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공공의료영역에서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를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 유독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회피와 국가의 의무방기가 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보다 지방의 장애아동 재활치료 인프라가 훨씬 더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의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는 수년 간의 시간이 요구되는데 지방의 열악한 치료현실은 장애아동을 수도권 중심으로 떠돌게 하고 경제적 어려움 가중과 가족 해체의 위험을 불러오고 있다"며 "이런 현실은 장애아동의 재활치료 포기로 이어진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장애아동들이 재활치료에서 차별받고 소외되는 현실을 극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적극 환영하며, 이 약속이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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