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황진혁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황진혁 교수.

[라포르시안] 분당서울대병원은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 연구팀이 진행성 췌장암 항암치료 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폴피리녹스(FOLFIRINOX)’ 복합항암제의 누적 용량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계산식(알고리즘)을 세계 최초로 확립해 폴피리녹스의 용량 하한선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폴피리녹스는 지난 2011년 발표돼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요법으로,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이리노테칸(irinotecan), 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 류코보린(leucovorin) 등 4가지의 항암제를 조합한 복합항암제. 전이성 췌장암의 생존기간을 6개월에서 약 1년까지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 때문에 실제 임상의사 및 연구자들은 용량을 감소시킨 폴피리녹스 요법을 환자 치료에 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용량 감소에 대한 객관적 계산법이 정립되지 않아 용량을 어디까지 감소시켜야하는지에 대한 마지노선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복합항암제의 복잡한 누적 용량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계산식을 세계 최초로 확립해 누적 항암화학 용량을 70% 이상 유지하는 것이 독성을 줄이면서도 종양 크기 감소를 기대할 수 있고, 50~55% 이상 유지하는 것은 종양 악화를 막는 마지노선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병원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의사와 환자는 자신의 항암제 누적 용량이 몇 %인지 쉽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으며, 항암제 용량 하한선을 이용해 췌장암 환자에서 약제별 용량과 항암 스케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2012년 4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폴피리녹스 복합항암제 치료를 받은 1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폴피리녹스 누적 용량 자동 계산식은 온라인 사이트(www.rdicalc.com)를 통해 전 세계 의학 연구자 및 임상의사들에게 공개했다.

연구를 주도한 황진혁 교수는 “폴피리녹스 항암제의 용량 하한선 기준을 확인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향후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을 위한 맞춤 항암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나아가 이번 연구 모델이 향후 다양한 암종, 다양한 항암요법에서 응용되며 환자 치료에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일부 환자나 가족들은 췌장암 치료과정이 힘들다는 막연한 편견과 두려움 때문에 검증되지 않는 방법을 찾거나 손 놓고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수록 환자 자신과 가족, 의료진이 모두 함께 지속적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서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종양연구협회의 공식 학술지인 ‘유러피언 저널 오브 캔서(European Journal of Cancer)’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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