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후조사 증례수 기준 못 채운 '하티셀그램-AMI' 허가 유지...건약·건강세상 "허가 취소해야"

[라포르시안]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인 파미셀이 개발한 '하티셀그램-AMI'는 지난 2011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약처)로부터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당시 식약청은 파미셀 측에 2017년 6월 30일까지 6년 동안 600례 이상의 시판후 조사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하티셀그램-AMI 시판을 허가했다. 그런데 파미셀 측은 식약청이 조건으로 내걸었던 시판후 부작용 조사 건수를 올해 6월 30일까지 채우지 못했다.

원칙대로 하면 식약처는 하티셀그램-AMI의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최근 줄기세포 치료제의 특성과 조사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시판후 조사 건수를 크게 낮추고 제출 기한도 연장하는 식으로 허가유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와 건강세상네트워크는 3일 성명을 내고 "세계 최초 줄기세포 치료제라고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광고했던 급성심근경색환자 좌심실 구혈율 개선제 ‘하티셀그램-AMI’는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추가 제출하는데 실패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허가를 유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의 국제적 신뢰 확보에도 큰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세계 바이오 시장 석권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갖고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 단체는 "전 세계를 통틀어 허가된 총 6종의 줄기세포 치료제 중 4품목이 국내 제품으로 한국은 줄기세포치료제 허가에 있어서 단연 세계 일등"이라며 "그러나 국내 줄기세포치료제들은 오로지 국내용일뿐이며, 그 어떤 제품도 선진국에서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의 부실한 허가와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관련 한국의 부실한 허가와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서 해외의 우려가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012년 허가받은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프로키말(Prochymal)'의 경우 캐나다 보건당국이 해당 제품의 치료 환자를 15년 동안 혹은 어린아이의 경우 30세까지 종양 유발, 감염 여부 등을 면밀히 추적 조사하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절차가 얼마나 성급하게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건약과 건강세상은 "네이처는 2011년 하티셀그램의 허가 과정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논평했다"며 "외국의 경우 줄기세포 치료제의 발암성, 면역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허가와 관리에 있어 규제당국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단체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는 환상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는 ‘세계 최초’가 과연 무슨 의미인지 식약처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줄기세포 치료제)허가 남발과 관리 부실은 그 자체로 환자들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식약처는 하티셀그램-AMI의 허가를 즉각 취소함으로써 줄기세포치료제 허가 관리에 있어 원칙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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