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민간보험사 등 불필요한 진단서 제출 요구 개선해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되면?

한 병원의 제증명 발급 창구 모습.
한 병원의 제증명 발급 창구 모습.

[라포르시안] 진단서는 '병원 멋대로'…가격도 기준도 '천차만별'
- 사망진단서 발급 비용 최대 20배 차이
- 병원 진단서 발급비용은 '복불복'...최대 67배 차이

그동안 병원에서 발급하는 각종 제증명수수료 비용에 관한 기사 제목은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왜 기재하는 내용이나 형식도 비슷한 각종 진단서 발급비용이 병원마다 큰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과 함께 병원에 내야하는 제증명수수료 비용 부담이 과하다는 불만이다.

이렇게 천차만별인 제증명수수료와 서류 양식을 표준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0년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등을 대상으로 제증명수수료 실태 조사를 한 뒤 ‘의료 진단서 발급 수수료 및 양식 표준화 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권익위의 제도개선 권고 이후에도 보건당국과 금융당국, 보헙업계, 의료계 등의 입장차 커 수수료와 양식 표준화 방안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중 보건복지부가 지난 27일 병원이 발급하는 각종 진단서와 증명서 발급수수료의 상한금액을 정한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시행 시점은 오는 9월 21일부터다.

의료계는 비급여 영역인 제증명 수수료에 대한 일률적인 가격 통제가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의료인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검사 결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종합적 판단 아래 작성하는 특수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제증명수수료가 과연 국민에게 비용부담을 안겨주는 문제의 본질일까 하는 점이다.

의료계의 주장처럼 진단서와 증명서 발급비용은 비급여 영역이기 때문에 병원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작성하는 서류에 따라 의사의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복지부는 "제증명수수료 상한금액을 정함으로써 의료기관별 금액 편차를 감소시켜 국민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상한기준을 정한 건 각종 진단서와 증명서 발급에 따른 국민의 비용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병원이 발급하는 제증명수수료와 관련해 제기된 불만 여론도 대개 그런 식이었다.

짚어 보고 넘어갈 게 있다. 왜 이렇게 진단서 발급 수수료와 관련된 국민의 불만이 컸을까 하는 점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만큼 병원에서 발급한 각종 진단서와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국민연금 장애심사규정, 군인연금법 시행령, 근로기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113개 법령에서 각종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는 법령은 갈수록 늘고 있다. 새로운 복지 관련 법령이 생기면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는 규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법정 서식으로 정해져 요구되는 진단서가 각기 개별 법령이나 시행규칙 등에 산재돼 있어 진단서 등의 체계화된 관리도 힘든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간보험사는 상해·질병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때 각종 진단서와 증명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단서 발급 요청도 엄청나게 늘었다.

특히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보험사에 제출하는 양식의 통일된 기준이 없어 보험사별로 제각각이고, 가입자에게 요구하는 서류가 불필요하게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30만원, 50만원 등의 소액보험금을 청구할 때도 가입자에 진단서 원본 등의 과도한 서류 제출을 요구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전체보험금 청구 2,472만5,000건 중 30만원 이하의 소액보험금 청구건이 1622만1,000건으로 전체의 65.6%를 차지했다. 많은 민간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위해 각종 진단서와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금윰감독원은 작년 11월 보험소비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 방안을 마련했다. 보험금 청구서류 제출시 진단서 사본을 제출해도 인정하는 소액보험금 기준을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높였다.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서류 안내장. 이미지 출처: 금융감독원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서류 안내장. 이미지 출처: 금융감독원

일부 보험사가 기본 제출서류로 보험금 심사가 가능한 부분까지도 관행적으로 추가적인 서류제출을 요청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보험금 심사에 반드시 필요한 서류만 요구하고, 보완적·이중적인 추가서류를 폐지토록 했다. 

병원에서 발급하는 각종 제증명수수료로 인한 국민의 비용부담이 크다는 불만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다. 불필요한 진단서 등의 서류 제출 요구를 남발하는 각종 법령과 민간보험사의 행태다. 병원마다 제증명수수료가 천차만별이라서 국민의 비용부담이 큰 게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권익위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불필요한 진단서의 남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쪽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제증명수수료 상한금액 설정이라는 지엽적인 대책은 또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 의료기관들이 복지부가 제시한 상한금액으로 발급비용을 인상하는 '상향 평준화' 상황의 전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전개되고 국민의 불만이 제기되면 그때는 또 어떤 대책을 세울지 모르겠다.

제증명수수료로 인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민간보험사 등의 불필요한 진단서 제출 요구를 줄이게끔 제도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자연스럽게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진단서 발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뒤집어 생각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탓에 민간의료보험 가입자가 늘었고, 그 때문에 보험금 청구를 위한 각종 진단서 발급 수수료 부담도 커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제증명수수료 상한금액 설정으로 의료기관별 금액 편차를 감소시켜 국민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복지부의 생각을 재고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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