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제증명수수료 상한액 설정에 거세게 반발…"의료현실과 동떨어진 지나친 규제"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출생증명서 등 각급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와 증명서 발급 수수료에 상한 금액을 적용하겠다고 행정예고 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급여 영역을 정부가 통제하려는 시도 아니나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출생증명서·일반진단서 등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상한기준을 정한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오는 9월 21일부터 시행되는 고시 제정안에 따른 주요 항목별 상한금액을 보면 ▲출생증명서 3천원 ▲일반진단서·근로능력용진단서·사망진단서 1만원 ▲장애진단서(신체적 장애) 1만5천원 ▲건강진단서·병무용 진단서 2만원 ▲장애진단서(정신적장애) 4만원 ▲후유장애진단서 10만원 등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제증명수수료는 의료기관의 자율결정 사항으로 동일한 증명서도 병원마다 가격 편차가 있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불만을 제기해 왔었다"며 "이번 고시를 통해 제증명수수료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 및 알 권리를 높이고, 의료기관별 금액 편차를 감소시켜 국민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의료계는 복지부의 이번 행정예고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각종진단서와 증명서 수수료를 인상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는 서울시의사회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2005년 12월 의료기관에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의 발급수수료를 100% 인상하도록 요청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의사회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벌인 끝에 과징금 액수를 3억원으로 줄였지만,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의료기관 간 진단서와 증명서 발급비용에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최빈값'을 기준으로 상한액을 설정해 고시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열악한 의료환경을 도외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를 작성하는 것은 의료인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검사 결과 등을 면밀히 검토해 종합적 판단 하에 시행하는 고도의 정신 노동이라 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등 열악한 의료 환경에 처한 현실에서 작금의 수수료 상한선 논란으로 자칫 현장 의료진들의 사기만 꺾이게 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제증명 수수료 상한액 설정에 대한 입장을 내고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지난 27일 "정부의 일방적인 진단서 등 가격상한선 설정은 의료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의료전문가의 의견을 외면한 복지부의 처사에 우려를 표시한다"면서 행정예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복지부가 비급여 영역에 왜 개입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의협은 "진단서 등의 발급수수료는 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비급여 사항"이라며 "비급여 부분은 국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임을 고려할 때, 가격의 획일화를 부추길 수 있는 수수료 상한선을 강제하는 것은 비급여 제도의 본래 취지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수수료 상한기준 설정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수수료 상한기준 제정에 있어서도 범위가 적은 조사대상의 최빈값 혹은 중앙값만을 근거로 한 불합리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보다 증명서의 성격과 특수성을 감안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의 행정예고는 민간보험사의 편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과 금액에 관한 기준 행정예고는 국민의 편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민간보험사의 편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의료의 비진료영역이자 비보험 영역에 대해 정부가 법을 이용해 비용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중대한 일"이라며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의 이런 발상은 초헌법적인 것이며, 권력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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