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부산시 사업에 문제 제기..."대상자 선정 불투명·치매 예방 효과 의문"

[라포르시안] 지난해 부산시와 부산시한의사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이 부적절한 대상자 선정과 치매예방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료지원사업'이라고 홍보해 놓고 참가자를 상대로 침치료를 한 후 환자 본인부담금만 면제하고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비를 청구해 의료법에서 금지한 환자유인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젊은 의사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부산시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부산시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은 지역내 60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한약제제와 침시술 등의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치매예방 효과를 도모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

사업 참가 지원자 중 치매선별검사 방법인 MOCA, MMSE, GDS 등을 통해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노인 중 치매 진행을 늦추는 약물 미복용자 200명을 선정, 지정한의원을 통해서 한약제제와 침시술 등의 치료를 병행했다. 

지난 2월 열린 ‘2016년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 결과 보고회’에서 부산시한의사회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선별인지기능검사인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몬트리얼 인지평가검사(MoCA) 점수를 사업 참가 전후로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사업 전과 비교해 사업 참가 후에 MMSE 점수는 1.51점이, MoCA 점수는 2.89점이 상승했다.

이와 관련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를 상대로 2016년도 한방치매사업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건네받은 보고서를 분석하고 대한신경과의사회 측의 자문을 통해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의 대상자 선정이 엄정하게 이뤄졌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는 경도인지장애를 의학적 진찰을 통한 진단이 아니라 경도인지장애를 선별하는 설문도구에 불과한 MoCA 점수만을 기준으로 판정했다"며 "MoCA 설문검사는 말 그대로 집단을 대상으로 인지기능장애 환자를 스크리닝하는 검사이므로, 이 검사에 양성이더라도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치매일수도 있고 인지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대상자 선정 과정을 문제 삼았다.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의 보고서를 보고 자문의견을 제시한 대한신경과의사회도 "MoCA를 이용해 경도인지장애 등을 판정했으나 이 평가만으로 인지기능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다"며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의 판단 및 구별에는 일상생활능력 평가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즉,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노인을 대상으로 한 치매예방 사업임에도 치매환자 혹은 경도인지장애 상태가 아닌 노인이 포함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사업의 목적이 치매예방을 목표로 했음에도 예방 효과를 입증할만한 과학적 결과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사업 참여 대상자 선정이 엄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과 자체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인지장애의 경우 대상자 선정이 불투명하므로 선별검사 점수 변화만으로 호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자문의견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치매예방 치료 효과를 평가하면서 대조군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분석결과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설령 대상자 선정을 경도인지장애로 한정해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대조군이 없어 치료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을 대외적으로 '무료지원사업'이라고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침치료에 따른 환자 본인부담금만 면제하고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비를 청구한 것은 환자유인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의 '2016년 한방 치매관리사업 추진계획'의 예산내역에는 침구치료비로 부산시한의사회가 7200만원을 부담했고, 한방치매사업보고서의 경제성평가에는 '부산광역시청 사업지원금, 부산시한의사회 부담금, 침치료의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을 합산해 비용을 계산했다'고 명시돼 있다"며 "결국 침구치료에 대한 대상자의 본인부담금은 면제하고, 건보공단 부담금은 청구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부산시한의사회는 이 사업을 '한방치매예방 무료지원사업'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무료가 아니라 건보재정에서 상당 부분을 지원받고 있었다"며 "무료로 홍보하면서 대상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것은 환자유인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치매선별검사인 MMSE, MoCA, GDS 등은 의과의료행위로 분류돼 있음에도 한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건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구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 하에서 의사의 의료영역을 침범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결론적으로 부산시의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은 명확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된 매우 부실한 사업이"이라며 "이러한 사업 결과를 잘못 해석해 확대될 경우 추가 예산의 낭비가 우려되므로 이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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