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 내만복 의료팀장, 실손의보 정책 문제 분석한 '이슈페이퍼' 펴내

[라포르시안] 금융당국과 민간보험사는 잘못된 실손의료보험 상품 설계로 인해 발생한 높은 손해율의 책임을 의료기관과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과잉의료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실손의료보험은 실패한 정책으로 더는 활성화 정책 대상이 아니라 규제와 제한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해 그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종명 내가만드는 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은 26일 '실손의료보험의 실패 책임, 금융위와 보험사에 있다'는 이슈페이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김 팀장은 "실손의료보험은 2006년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활동에서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합리적인 역할 분담 방안을 제시한 후 2007년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실제 출시된 상품은 애초의 방향과 달리 도덕적 해이가 매우 높은 상품의 형태였으며, 그것이 현재 실손의료보험의 논란을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의료산업선진화위에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함께 고급의료·부가적 편의서비스 등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충형 민간의료보험(현 ‘실손의료보험’) 도입을 권고했다.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건강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과 외래진료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신의료기술과 고급의료, 부가적 편의서비스 보장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출시된 실손의료보험의 이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설계됐다.

김 팀장은 "2007년 첫 출시된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서비스뿐만 아니라 법정본인부담금까지 100% 전액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출시되어 도덕적 해이를 크게 유발하게 되었다"며 "잘못된 상품을 출시하게 된 책임은 금융위원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금융위와 보험사가 주장하는 실손의료보험의 높은 손해율은 애초부터 도덕적 해이가 높은 상품을 출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며 "더구나 보험사는 도덕적 해이가 높은 상품임을 알면서도 판매에 집중해왔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은 출시되자마자 다음해인 2008년부터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고, 이에 금융위는 2009년에 상품을 표준화하고 10% 자기부담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보험사는 이를 역으로 활용해 보장성이 높은 상품에 빨리 가입하라며 절판마케팅을 시행했다.

결국, 10% 자기부담 상품도 위험손해율이 100%를 초과하자 금융위는 2012년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했고,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는 20% 자기부담상품도 출시하도록 했으나 보험사는 10% 가지부담 상품 판매에만 주력해왔다.

김 팀장은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의 높은 손해율을 알면서도 계속 판매에 집중한 이유는 실손의료보험을 단독형이 아닌 통합형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라며 "실손특약 보험료는 1~3만원 정도에 불과하나 기타 여러 특약을 끼워파는 통합형으로 7~10만원의 상품으로 구성해 판매해 실손특약 보험료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특약에서는 만회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위와 민간보험사는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00% 넘는 것을 문제삼고 있지만 보험사에게 사업비를 제외한 위험손해율은 100%가 적정 손해율이라 할 수 있다"며 "현재 유일하게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는 상품은 실손의료보험에 불과하며, 나머지 보장성 민간의료보험은 위험손해율이 100% 아래에 머물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험회사는 민간의료보험 판매로부터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손해율이 높은 이유 역시 잘못된 상품과 그 상품 판매를 집중해온 보험사에게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보험사가 감수해야할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실손의료보험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게 김 팀장의 판단이다.

김 팀장은 "현재 전체 국민의 70%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나, 실손의료보험이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을 메워주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로 ▲보험사의 단물빨기(cream skimming) ▲의료비 지출이 많은 노령층의 지불능력 부족 ▲실손보험이 비급여 팽창 유발 등 세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실손의료보험은 현재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고 있는 국민의 보험 가입은 배제해 당장 시급한 환자의 의료비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게다가 실손의료보험은 갱신시마다 보험료가 급격히 증가해 현재 40세 남성의 경우 40년후인 80세가 되면 월 실손보험료가 60만원에 이르게 돼 은퇴 후의 노령층은 소득이 없어져 실손보험을 구입할 지불능력이 부재하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실손보험이 비급여 팽창을 유발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실손의료 보험의 도입은 기존에 이용량이 많지 않았던 비급여 서비스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으며, 실손의료보험이 환자 본인부담금을 줄여주는 효과보다는 오히려 비급여 팽창으로 전체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는 효과를 초래했다"며 "실손의료보험이 애초 잘못된 정책으로 출시되었다고 판단하며, 실손의료보험은 더 이상 활성화 정책이 아니라 규제와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손의료보험의 올바른 개편을 위해서 ▲건강보험 확대로 실손의료보험의 역할 축소 ▲실손의료보험 자기본인부담률 강화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단독형 중심으로 재편 ▲민영의료보험법 제정 및 보건복지부로 관할 부처 이관 ▲민간보험에 대한 조세혜택 폐지 등의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애초부터 실손의료보험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상품이며, 실손의료보험의 해결책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규제를 강화하는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특히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규제와 재편은 금융위 및 보험사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정상화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명 보건의료팀장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의 실체를 파헤친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라는 책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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