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 김의태·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팀, PET영상 분석으로 이유 규명

[라포르시안] 우울증 환자는 대체로 뇌에서 세로토닌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다.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 성분의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이 뇌세포에서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결과적으로 뇌에서 부족한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 가장 대표적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이다.

에스시탈로프람은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우수해 우울증 및 강박증 치료에 가장 흔하게 처방된다. 그러나 이 약제의 처방 용량과 치료 효과를 놓고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약제에 대해 치료반응이 없는 환자에게는 관습적인 용량보다 더 높은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용량을 증량하더라도 더 이상의 치료효과는 없다’는 상반된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박증 치료시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 용량보다 고용량을 사용하고 있어 용량-반응관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에스시탈로프람의 처방 용량과 치료 효과를 놓고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면서 임상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에스시탈로프람 복용 후 양전자단층촬영(PET) 영상 분석을 통해 약물 분포와 흡수가 뇌 영역 별로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치료 반응이 개인별로 차이가 큰 이유를 규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3일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이 에스시탈로프람의 용량과 뇌에서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용체 점유율 간의 특성을 규명하고 에스시탈로프람의 효율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김의대 교수와 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12명의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에스시탈로프람을 복용토록 한 후 혈중 농도와 에스시탈로프람에 의한 뇌 수용체 점유율을 PET로 연속 측정했다.

에스시탈로프람 투여 전과 3, 24, 46시간 후에 측정 된 뇌영역 수용체 점유율의 차이를 보여주는 PET영상. 배측봉선핵에서는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용체의 밀도가 높아(붉은 부분이 많음) 투약 후 수용체의 감소가 컸던 반면, 피각에서는 수용체의 밀도가 낮아(붉은 부분이 적음) 투약 후 수용체의 감소폭이 작게 나타났다.  이미지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에스시탈로프람 투여 전과 3, 24, 46시간 후에 측정 된 뇌영역 수용체 점유율의 차이를 보여주는 PET영상. 배측봉선핵에서는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용체의 밀도가 높아(붉은 부분이 많음) 투약 후 수용체의 감소가 컸던 반면, 피각에서는 수용체의 밀도가 낮아(붉은 부분이 적음) 투약 후 수용체의 감소폭이 작게 나타났다.  이미지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복용 하루 전, 복용 후 3시간, 24시간, 46시간이 되는 시점에 고해상도 영상을 측정해 혈중 농도와 수용체 점유율 간의 관계를 파악했다.

연구 결과 ,에스시탈로프람에 의한 혈중 농도와 수용체 점유율의 관계가 뇌 영역 별로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뇌 뒤쪽에 있는 배측봉선핵(Dorsal raphe nucleus)에서 피각(Putamen)에 비해 세로토닌을 흡수하는 수용체의 밀도가 높아 에스시탈로프람이 더 높게 분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를 근거로 환자마다 우울증 치료제의 치료 효과가 지연되는 현상이나 강박증 치료에서 고용량을 사용해야 하는 현상은 약물 분포와 흡수가 뇌 영역별로 차이가 나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다.

김의태 교수는 “약물의 뇌 분포도를 연구한 이번 결과는 우울증 및 강박증 치료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응용하면 항우울 효과나 항강박 효과가 빠르고 안전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다른 약제와의 병합 요법을 시도하는 가능성도 열어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약물을 복용하면 약물이 뇌에 고르게 분포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반대로 뇌 영역에 따라 다르게 분포되고 있었다”며 “이를 통해 항우울 효과나 항강박 효과가 빠르고 안전하게 나타낼 수 있도록 다른 약제와의 병합 요법을 시도하는 가능성과 함께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치료하는 맞춤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약동학 연구 분야의 학술지인 '임상약동학(Clinical pharmacokinetic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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