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조건부 허가후 급여화 감감무소식...환자들 "신약 접근성 보장해야"

[라포르시안] 지난해 임상 2상만으로 국내 허가 받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부 오시머티닙)’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례없이 빠른 시판이 이뤄지면서 보험급여 등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허가된 지 1년이 넘도록 급여화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급평위)조차도 상정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월 한국아스트라제네카(한국AZ)의 비소세포폐암치료제 타그리소를 임상 2상을 토대로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조건부허가 제도는 환자들에게 신속한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임상시험 단계 중에서 2상 자료만으로 우선 허가받는 방식이다. 시판 후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 및 안전성을 시험하는 임상 3상 자료제출을 조건으로 한다.

타그리소는 이전에 ‘EGFR-TKI’로 치료 받은 적이 있는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First-in-class 치료제로, 최초로 개발된 3세대 표적항암제이다. 폐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내성환자에게 처방한다.

한국AZ는 타그리소는 EGFR T790M 변이에 대한 표적치료제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효과 발현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확실하다고 강조한다.

타그리소의 급여가 늦어지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타그리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국내 폐암환자 수가 많아 급여 전환시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말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서 가장 빈번히 발현하는 내성 중 하나인 EGFR 변이는 전체 아시아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0~40%에서 나타난다.

또한 게피티닙, 엘로티닙 등의 1세대 표적항암제로 EGFR 변이로 인한 내성을 치료하더라도 2/3 정도 환자에서 T790M으로 인한 2차 내성을 보인다.

한국AZ 관계자는 “타그리소 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환자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절차가 연기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지향하는 보편적 보장성 강화와 질환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내성 변이를 잡는 타그리소와 같은 치료제를 신속히 급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타그리소와 같은 신약의 급여 등재가 늦어지면서 애가 타는 건 환자들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헌법은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권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고, 국가가 이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며 "부자와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는 신약을 구입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환자는 고액의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죽어간다. 저소득층 말기 폐암환자들에게는 폐암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화만이 살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약사를 향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장기간의 비급여로 말기 폐암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인도주의 차원에서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화 될 때까지 지금과 같은 비급여 약값의 일부만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해당 신약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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