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알 권리 충족보다는 수술·수혈 등 공포감만 키울 것" 지적도

[라포르시안] '설명의무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동네의원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현장을 무시한 제도 탓에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을 가중시키고, 이로 인해 동네의원들의 어려움도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 치과의사 등은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반드시 수술 등의 필요성과 방법,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 포함) 동의를 받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오는 21일부터 시행된다. 

서면동의를 받지 않으면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수술 등을 하기 전에 환자에게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으라는 것인데,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보다는 수술이나 수혈 등에 대한 공포감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얼마 전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 설명의무법의 기준에 맞게 수술 방법과 부작용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더니 환자가 겁에 질려서 큰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더라"면서 "법이 시행되면 가벼운 수술 환자도 모두 대형병원으로만 몰려가는 등 동네의원에 핵폭탄급 타격을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설명의무 적용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설명의무 대상이 되는 의료행위를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수술의 범위가 모호하다"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의사협회 차원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건복지부에 시행 유보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법이 시행되면 관련 소송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은 "국민정서법이라는 말이 있다. 설명의무법도 국민정서법의 눈높이에 맞춰서 시행해야 하는데, 그게 안 돼서 문제"라며 "자칫 설명의무 관련 소송이 급증하는 등 의료현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복지부는 예정대로 설명의무법을 시행하고 드러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발생하는 민원 사례 등을 모아 행정해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설명의무법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라며 "의료계의 고충은 알지만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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