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기능조정·협력체계 구축 담당할 거버넌스 필요성 제기돼.

[라포르시안] "9개 부처가 나눠 관리하는 224개 공공병원의 기능조정과 협력체계 구축을 담당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서울대의대와 서울대병원 주최로 열린 '제1차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가과제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공급 정잭은 민간주도형 자유경쟁 체제다 보니 지나친 영리추구, 수익성 낮은 필수진료과 폐쇄, 비급여 진료 성행, 취약지 근무 기피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중증질환 가계 파산, 의사 환자 간 신뢰 약화, 의료취약지 발생, 공공병원 경쟁력 약화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민간주도 의료공급 체계에서 국민들은 국공립병원 지원을 늘려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4월 실시한 의료정책에 대한 인식도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4%가 국공립병원 지원을 늘려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에 동의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 확대, 건강한 적자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의료공공성 강화와 함께 공공의료 등 공공부문서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권 교수는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설립목적과 무관한 운영과 지속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민간병원과의 경쟁에서 뒤처졌다"면서 "공공병원의 기능과 역할 재정립, 조직통합 논의 등을 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권 교수는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사회보장위원회와 같은 모델로 총리실 산하에 공공보건의료위원회를 설치해 공공병원 기능조정, 협력체계 구축 평가, 통합예산 확보 등의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공보건의료위원회 산하에 전문위원회와 전문위원회 사무국을 설치하되, 사무국의 구성은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심사평가원 등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공공의료 강화는 오래된 주제다.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공공병원이 수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부처마다 폼을 잡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는 것 외에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의 판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거버넌스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된 자원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이냐이다. 즉 공공의료 담론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공의료가 독자적 영역을 갖고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 ▲기능과 대상을 차별하지는 않지만 제공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윤 교수는 "두 가지 방법을 섞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것을 정리하고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거버넌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용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에는 동의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임기 안에 조정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면서 "공공병원이 200여개가 있지만, 이 가운데 상품성이 있는 곳은 20여개에 불과하다. 5년간 거기에 힘을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보건의료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세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증어린이병원과 같은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고 사회복지사와 영양사와 같은 필요성을 느끼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적자가 나도 오케이가 될 수 있"며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 바뀐 후 민영화와 매각, 정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