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엄마 의사 야옹선생의 초록 처방전'

[라포르시안] 백신접종이나 항생제 사용을 지양하고 자연치유를 표방한 인터넷 육아카페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카페에서 회원들이 공유한 정보 중에는 상처가 나거나 갈라져 진물이 나는 아이를 소금물로 씻기라거나, 배탈이 난 아이에게 숯가루를 먹이라는 등 근거가 미약한 치료법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정보를 믿고 카페에서 공유된 치료법대로 했다가 아이의 증상이 더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의학적으로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민간요법이나 자연주의 치료을 맹신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되돌아 보게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직 의사가 만화 형식으로 쓴 근거 중심의 자연주의 육아 서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엄마 의사 야옹선생의 초록 처방전(부제 근거 중심 자연주의 육아, 도서출판 황소걸음)'이란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병치레에 의료와 약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인식은 다른 자연주의 육아 책과 비슷해 보이지만 분면한 차이점은 현대의학을 불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의학의 한계는 인정하되 의학적 근거에 따라 적절하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인 박지영씨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세 아이를 낳아 키우며 민들레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다. 의료전문가로서 세 아이를 키우며 겪은 자신의 육아 경험을 만화 형식으로 담아냈다.

이 책에는 당연히 ‘백신은 맞지 않아도 된다’거나 ‘백신이 자폐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없다. 오히려 백신이 왜 필요한지, 백신 반대론이 왜 근거 없는 논리인지를 설명한다.

이미지 출처: '엄마 의사 야옹선생의 초록 처방전' 중에서.
이미지 출처: '엄마 의사 야옹선생의 초록 처방전' 중에서.

‘항생제나 약은 무조건 먹지 않을수록 좋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항생제는 꼭 필요할 때 쓰는 중요한 약이니 아껴 써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맞닥뜨리는 흔한 병치레나 건강 문제를 거의 모두 다루며, 성장기 아이들의 일상에서 어느 것이 정상인지 아닌지, 예방접종 할 때나 열날 때, 배 아플 때, 설사할 때, 발진이 있을 때, 심지어 잠을 자지 않을 때처럼 수많은 문제에 대한 증상별 처방까지 실었다.

어린이에게 많이 처방되는 약을 어떻게 볼까 하는 내용부터 응급 심폐소생술이나 하임리히법도 담았다. 특히 아이가 어떤 증상을 보일 때는 꼭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는 ‘붉은 깃발’ 신호도 알려준다.

부록으로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 내재면역과 획득면역, 항체와 항생제 등을 상세히 다룬 '자연주의 육아를 위한 면역 이야기'도 수록해 놓았다.

전체 분량이 392쪽에 달해 많이 두껍지만 만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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