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공감·사과 표현 법적책임 인정으로 보지않는 '소통 강화 장치' 만들어야
[라포르시안] 사망이나 심각한 영구적 장애 등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사과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자와 보호자에게 잘 설명하고 위안의 말을 전하는 등의 대응을 통해 의료분쟁 같은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울산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옥민수·이상일 교수팀은 최근 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의 필요성: 윤리 및 의료의 질 측면에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팀은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는 단순한 유감이나 사과 표현 이상의 활동으로,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먼저 솔직하게 알리면서 공감 또는 유감을 표하고 사건의 조사를 통해 적절한 보상금을 지급하며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일련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런 행위는 의료소송 건수와 관련 비용 감소, 의료진 처벌에 대한 의향 감소, 의사와 환자 관계 강화, 의료진 추천 및 재방문 의향 증가, 의료질 평가 점수 향상, 의료진의 죄의식 감소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가 의료소송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실증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학 의료원에서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 프로그램을 시행한 전후 의료소송 건수와 관련 비용을 비교한 결과, 프로그램 시행 후 환자 방문 10만 건당 월평균 배상요구 건수가 7.03건에서 4.52건으로 줄었고 월평균 소송 건수도 2.13건에서 0.75건으로 감소했다.
같은 병원에서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 프로그램 시행 전후 소화기계 관련 소송의 발생률, 처리 기간 및 비용을 분석한 결과 프로그램 시행 후 환자 방문 1,000건당 소송 발생률이 0.160에서 0.068%로 줄었다. 소송 관련 평균 비용도 16만7,309달러에서 8만1,017달러로 감소했다.
이 교수팀은 "여러 국가와 기관들이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를 장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증기관인 The Joint Commission과 캐나다의 인증기구인 Accreditation Canada는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를 의료기관 인증기준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호주 등에서는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를 촉진하기 위한 지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안전사건이 발행했을 때 환자와 보호자에게 자발적으로 알리도록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과법'이라는 법률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팀은 "사과법의 주 내용은 의료진이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를 하는 과정상 공감, 유감, 사과 등의 표현을 민사적 법적 책임에 대한 시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환자들이 의료진의 공감, 유감, 사과 등의 표현을 과실의 인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그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를 두는 것"이라고 했다.
사과법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채택됐다.
198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후 2009년 1월 기준 미국 36개 주에서 사과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10여 개 주에서는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를 보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자에게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한 경우 이를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 교수팀은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 보호를 위한 사과법 제정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사과법이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에 대한 개별 의료진의 심적인 부담을 다소 줄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사건 소통하기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