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퇴근 복장 등 제한…대전협 "감염관리 목적도 아니고, 성차별적이고 시대착오적"

[라포르시안] 한 대학병원이 '의사 용모복장 매뉴얼'을 제작하면서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아 의료계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기동훈)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발행·배포한 의사 용모 복장 매뉴얼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철회를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대전협에 따르면 해당 매뉴얼은 가톨릭대 성모병원 전체 의사직을 대상으로 공지된 것으로, 약 50페이지 분량이다.

이 매뉴얼은 ▲여성의 용모복장 ▲여성의 용모복장 Good & Bad ▲남성의 용모복장 ▲남성의 용모복장 Good & Bad ▲용모복장체크리스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매뉴얼이 배포된 이후 일부 내용을 놓고 의사들 사이에서 강한 거부감과 함께 문제가 제기됐다.   

대전협이 지적한 문제가 된 내용은 ▲출퇴근 복장에 대한 제한(남녀공통) ▲‘화장기 없는 얼굴은 건강하지 않게 보이므로 생기 있는 메이크업’을 지시 ▲눈썹 정리와 아이브로우 사용, 아이라인 혹은 마스카라의 사용과 블러셔, 립스틱에 대한 구체적인 색상 지시 및 수정화장 지시 ▲은은한 향수 사용 권장(남녀공통) ▲뒤 옷깃에 닿는 머리부터는 올림머리로 연출, 헤어 제품을 사용하여 잔머리를 완전히 없앨 것 지시(여성) ▲코털 정리 지시(남성) ▲로션 사용 지시(남성) ▲마스크 착용 시에도 메이크업 및 틴트 사용으로 입술 색깔을 ‘화사하게’ 할 것 지시 ▲체크리스트에서 성별을 분리해 메이크업과 스타킹 등에 대한 지시 수록(여성) 등이다.
 
이런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남녀간 고용차별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위반하는 것이란 문제제기가 잇따랐다고 대전협은 전했다. 

대전협은 "의료인으로서의 감염관리 등과 관련된 합리적인 복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해당 매뉴얼의 대부분은 여성 의료인을 '화사하게' 단장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성차별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 매뉴얼을 접한 전공의들도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의료인으로서의 복장 지침이 왜 남녀를 구분해서 만들어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의료인더러 향수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은 처음 본다”, “여성 전공의에게 화장하고 올림머리를 하라는 것이 환자를 위한 규정인가”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전협 안치현 여성수련교육이사는 “의료인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성별에 따른 역할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전공의들에게만 추가적인 외모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성차별"이라며 "여성 전공의를 한사람의 의료인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전협은 오늘(23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측에 해당 매뉴얼에 대한 철회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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