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항공우주산업 648조원, 반도체 370조원, 그렇다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세계 의약품 시장이 항공우주산업보다 2배 가량 높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1조1,000억달러(약 1,260조원)에 달한다.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바로 제약산업이다. 선진국은 일찍이 제약산업의 고부가가치에 주목하고, 경쟁적으로 육성에 나섰다.

스위스의 다국적제약기업 노바티스와 로슈 두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96조원(2015년 기준)으로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단일 품목 매출 1위를 기록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판매액은 16조원으로, 국내 의약품 시장 전체 규모(19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 결과, 지금까지 27개의 국산신약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R&D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제약사가 신약 R&D 부문에 투자한 총 비용은 1조8,834억원이었다. 이중 정부지원 예산은 2,354억원(13.6%)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 중 벨기에는 국가 연구개발투자 총액의 40%를 제약산업에 투자하고, 유럽연합(EU)은 민관협력기구를 구성해 10년간 총 4조원을 혁신치료제 개발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정부 차원의 R&D 지원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따라서 제약·바이오업계는 각 부처에 산재돼 있는 R&D 예산 등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장기간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신약’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의 컨트롤타워 설치가 필수적이라고 요구한다. 

새로 취임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제안을 당시 각 정당과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했다. 협회가 제안한 핵심 내용은 대통령 직속으로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R&D 지원, 허가·규제, 보험약가 제도 등 다양한 정책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원희목 회장은 “정부의 R&D 투자지원 규모를 현재 민간의 투자 8% 수준에서 선진국의 최소 투자 수준인 20%대로 확대하고,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임상연구 등의 지출비용을 국가 신성장동력기술에 포함해 세제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전염병 확산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양질의 의약품을 생산,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보건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우리의 힘으로 자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신약개발 역량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거는 제약·바이오업계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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