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2030년 노인의료비 91조 전망..."의료체계, 병원 중심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꿔야"

[라포르시안] 고령화에 대비해 의료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베이비 붐' 세대가 후기고령자(75세 이상)가 되는 2030년 이후에는 국가의 모든 자원을 노인들의 병원 입원비나 요양 수발비용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금처럼 많은 의료자원과 고비용을 요구하는 '병원 중심 의료체계'는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관리가 불가능해 '지역사회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제안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건보공단의 연구용역을 받아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이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에 대한 의료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되는 2025년 이후부터는 노인의료비로 인한 국가 재정부담이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노인의료비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 예측하기 위해 일반물가수준과 노인가입자 수, 건강보험수가, 1인 진료량(1인 진료일수 및 1일 진료강도) 증가율 예상치를 연동해서 ‘건강보험 노인의료비’의 예측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오는 2030년에 노인의료비 규모가 지금보다 4배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인 노인의료비 재정전망 예측을 보면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의료비는 2015년 22.2조원에서 2030년에는 91.3조원으로 4.1배 늘어나고, 같은 기간 노인 1인당 건강보험 의료비는 357만원에서 760만원으로 2.1배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75세 이상 노인인구의 건강보험 의료비만 놓고 보면 2015년 11.4조원에서 2030년에는 58.7조원으로 5.2배 증가하고, 노인 1인당 건강보험 의료비가 459만원에서 882만원으로 2.7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인 후기고령자에 진입하는 2030년부터 노인의료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란 의미다.

고령화와 함께 만성질환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고령화시대에 노인들에 대한 의료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되는 2025년 이후부터는 노인의료비 문제로 국가의 재정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병원중심 의료체계'를 고수할 경우 노인의료비 관리는 불가능해져 2025년 이후에는 노인 계층의 '의료난민', '돌봄난민'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보고서
표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 보고서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로 '의료계획 수립'을 꼽았다.

2000년 제정된 '보건의료에 관한 기본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장과의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그러나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과 실행이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보고서는 "노인의료비 관리를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정책은 의료계획 수립에 있다"며 "의료계획이 없다보니 의료체계의 발전 방향을 알 수 없는 개별 의료기관은 자신들의 경영적 판단에 의해 의료공급시장에 참여하게 되고, 의료공급의 적정성이 유지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화될 사회에 대한 준비가 안 돼 현재의 병원 중심체계를 유지한다면 2030년대가 지나면 우리 사회의 모든 자원을 노인들의 병원 뒷바라지에 다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정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료계획을 빠른 시간 안에 수립해 의료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의료체계를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의료체계를 지역사회중심체계로 전환해야만 노인의료비를 국민의 부담능력에 맞게 관리할 수 있어 향후 의료체계, 건강보험제도, 요양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향 하에 인력을 위시한 자원수급계획, 인력양성계획, 시설계획, 재정계획이 새로 설계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 실행해야 할 노인의료비 관리방안으로 의료서비스와 사회서비스를 결합한 통합서비스 제공을 꼽았다.

보고서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금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제공될 서비스 내용을 정립해야 한다"며 "이를 제공하기 위한 인력의 양성, 시설의 재편성, 거버넌스 구조의 정립, 재정의 확보, 거주 및 생활 지원책의 확보와 같은 여러 가지 준비를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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