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라포르시안] 친구들과 술을 한 잔 하고 와서 새벽 2시까지 글을 썼다. 노바티스의 글리벡 급여정지를 주장했다가 졸지에 다른 곳도 아닌 내가 만든 백혈병 환우회에게 반인권적이고 비과학적인 사람으로 찍혀버렸기 때문이다. 박근혜처럼 환자들에게 이런 소리 들으려고 이제까지 환자권리운동을 해왔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기도 하지만 세상이 그러려니 한다. 아무튼 백혈병환우회가 어떤 생각으로 글리벡의 급여정지를 반대하는 지에 대해서는 어제(20일) 기자회견의 내용을 보고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아래의 매우 상식적인 사항들에 대해 나름의 이해가 되지 않으면 여전히 환우회의 주장을 수긍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1. 글리벡은 여전히 베타 제형에 대해 특허가 유지되기 때문에 미국에 현재 출시되어 있는 글리벡 제네릭도 모두 알파형이다. 그러나 미국 FDA는 이 두 제형의 약물에 대해 동일 성분 동일 효과의 약임을 인정하고 있다. 오리지널과 제네릭은 서로 다른 약이라고 주장하는 환우회와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왜 동일성분 동일효과의 약이라고 했는지 그 과학적 근거를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부작용이 있었던 특정 환자의 사례로 그것을 모두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건 혹시라도 제네릭을 복용하다가 더 좋다는 오리지널 약으로 바꿔 복용했는데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해서 제네릭이 오리지널 약보다 더 훌륭한 약이라고 할 이유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 이에 대해 두 번째로 공식적인 확인을 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이런 논란의 와중에도 입을 꾹 닫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다. 자기들이 허가해주고 보증해준 약에 대한 논란이 있으면 당연히 답을 하고 환자들을 안심 시켜야 하는 게 그 조직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환우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다른 약이라면 어떻게 이성질체가 허가를 받았는지를 밝혀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이 동등한 이유와 여러 제네릭 역시 그 개별 약제의 성분과 효과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해줘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가 주장하는 2~3% 약효 차가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혈중농도의 그 정도 차이를 생동성에서 왜 인정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내야 한다. 식약처가 이번 일을 계기로 생동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는 것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게 국민과 환자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고 신뢰를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만약 제네릭 생동성 시험 규정을 그대로 둘 거라고 가정하고 환우회의 주장이 맞다면 지금 개발된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신약은 특허권을 천년만년 인정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일은 다 저질러놓고 뒤에 숨어서 입도 뻥끗 안하는 식약처의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

3. 또 하나는 보통 이런 류의 사안이 발생하면 들고 나오는 것이 각종 논문이나 통계자료이다. 실제 이것은 어떤 사안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지난해 어느 회사의 화상치료제 관련 문제제기 건에서도 있었듯이 누구에 의해서 작성된 것인지, 그 자료는 임상자료인지 단순 보고서인지 또는 각기 다른 여러 논문들 중의 하나인지 등의 자료의 성격, 그리고 수치를 내오기까지의 작성 방법론 등등이 확인되어야 한다.

문제의 화상치료제처럼 약이라고 부르기에도 의심스러운 약도 세계 화상전문지(BURNS)에 논문이 실리고 이를 내세워 보험급여 허가에도 성공했지만 정작 알고 보니 해당 제약사가 연구비를 지원하여 작성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어이없게도 수치도 틀린 채로 게재된 이상한 논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6년 12월에 개최된 미국혈액학회(ASH 2016)에서 발표된 인도산 글리벡 복제약인 '비낫' 관련 논문이 어떤 성격의 어떤 위치와 수준의 논문인지를 먼저 검토해봐야 한다. 그리고 논문 전체 맥락에서 부작용 내용을 언급한 것이 어느 수준의 의미인지도 다시 봐야 한다.

환우회는 전문가 집단이 아니다.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어도 그것은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보통 환우회는 그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주변에 들러 쌓여 있는 전문가 집단(의사, 제약회사, 약사 등등)이 건네주는 자료나 각종의 내용으로부터 자유롭기가 매우 어렵다.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과 수치의 의미나 진위여부를 해당 전문가의 수준에서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들을 무시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다만 각기 다른 그 집단의 성격과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무튼 최근의 이런 상황에서 환우회가 현재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환자 당사자들이 이야기하는 부작용의 개인적 경험치가 이 사안을 설명하는 전체라고 보지 않는다. 원래 환자들은 자기 질병, 자기 상황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된다. 그게 환자이기 때문이다. 환우회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는 더 판단을 구해야 한다. 환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항상 참일 수도 없고, 환자의 처지나 상태가 항상 모든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위의 것들이 다 이해되고 설명된다면 환우회의 이야기처럼 물론 비낫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나는 오히려 오리지널 약보다 부작용이 무려 14배에 달하는 제네릭을 복용하지 말 것을 환자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겠다. 그리고 그 외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도 이제와는 다른 시선과 입장으로 다가가겠다. 환우회의 주장이 참이라면 나는 그게 맞고 그래야 한다고 본다. 또한 지금처럼 불법 리베이트 영업을 한 제약사로 인해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면 관련 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나도 여전히 환자다. 골수이식으로 몸도 많이 망가졌다. 여전히 원인도 모르는 입, 코, 목, 눈의 염증이 반복되는 증상으로 근 4년째 고생 중이기도 하다. 나는 글리벡 약가인하 싸움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근 3년을 하고 백혈병환우회를 창립하였다. 그런 내가 환우회로부터 반환자 인권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을 주장하는 단체의 수장으로 낙인 찍히니 나 개인으로서는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그런 건가’ 하고 생각도 해보지만 그러기에는 병 걸린 몸으로 아무 것도 남은 것 없는 내 삶이 너무 초라하다.

강주성은?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와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창립해 적극적인 환자권리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최근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로 선출돼 다시 활동가로서 현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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