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이상 고령층과 청장년층간 보장률 격차 최대 20%..."계층간 보장성 불형평성 커져"

[라포르시안]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연령별로, 성별로 차이가 크게 났다. 주로 고령층과 남성 쪽에 보장성이 더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효과가 고령층과 남성에 집중되면서 질병 및 계층간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령구간별 건강보험 보장률은 85세 이상에서 71.4%로 가장 높았고, 19~44세 연령층에서 50.3%로 가장 낮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85세 이상에 이어 75~84세 구간이 69.0%, 65~74세가 66.6%, 0~5세가 66.1%로 전체 평균 보장률(63.45)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19~44세(50.3%)와 7~18세(52.85), 45~64세(57.35) 연령구간은 전체 평균보다 보장률 수치가 떨어졌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2015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연구결과. 표 제작: 라포르시안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2015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연구결과. 표 제작: 라포르시안

보장률은 성별로도 차이가 났다.

85세 이상 연령층에서 남성의 보장률은 72.3%로 여성(71.0%)보다 1.3%p 더 높았다. 특히 19~44세 여성의 보장률은 47.5%로 전체 연령구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6~18세 연령구간의 여성 보장률도 51.9%로 상당히 낮았다.

19~44세 여성의 보장률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고, 여성질환에 대한 보장성도 낮기 때문이다. 민간보험사가 판매하는 보험상품 중에서 유독 여성질환을 보장하는 항목이 많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성별 및 연령별로 모두 따졌을 때 보장률이 가장 높은 85세 이상 남성(72.3%)과 가장 낮은 19~44세 여성(47.5%) 간 보장률 격차는 무려 24.8%에 달했다.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2015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연구결과. 표 제작: 라포르시안
자료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2015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연구결과. 표 제작: 라포르시안

연령이나 성별로 건강보험 보장률의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률이 높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의 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성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암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의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이 때문에 노령층 쪽으로 보장성 강화 혜택이 집중되면서 청장년층과 10~20% 정도 보장률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 발표한 ‘2014~2018 중기보장성 계획’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지출된 재원 중 43.3%가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항목에 집중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투입된 재정의 지출 비율을 보면 치료 부문에 63.8%가 투입됐으며, 임신과 출산에는 8.6%, 진단 4.1% 등이었다. 질병의 1~2차 예방(3.8%), 재활과 자가관리(0.1%) 등에 투입된 비율은 4%에도 못 미쳤다.

건강보험 보장구조가 질병 예방보다는 치료 쪽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청장년층과 고령층 간의 보장성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식의 보장성 정책은 청장년 시기에 병을 키워 노인이 됐을 때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의료비 지출 부담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 보건의료 전문가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 중증질환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특정질환 또는 특정계층에 혜택이 집중돼 질환별·계층간 보장성의 형평성 저해와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특히 보장성 강화의 효과가 노년층에 집중되면서 청장년 계층에 대한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문제가 초래되는 등 계층간 보장성의 불형평성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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