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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01년, 그리고 2017년 글리벡 사태의 ‘결론 미리보기’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라포르시안] 막대한 리베이트가 적발되어 투아웃제에 걸린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행정처분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고 있다. 환자단체는 글리벡의 급여정지 처분 시 오리지널 약의 복용에서 제네릭으로 갈아타야 하는 환자의 불안감과 환자의 약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는 만큼, 제약사에 대해서 과징금을 부과하되 약의 급여정지는 반대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예전과 달리 이미 시장에 출시돼 있는 제네릭이 30여개도 넘으니 이를 복용해도 환자의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뿐더러 규정과 원칙대로 급여정지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과 환자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라며 급여정지를 통한 시장 퇴출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환우회는 지난 4월 17일 오전 10시부터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복용하는 수천 명의 암환자들에게 피해를 준 노바티스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뭐 이렇다 할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고 있지는 않다. 여기저기 관련 있는 단체나 학회의 의견을 받는다지만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어떻게 결말이 나도 명분이 다 서는 느긋한 사안이 없다. 이미 규정으로도 환자의 상태나 정서를 고려해서 과징금으로 돌릴 수 있는 구석이 있는데다가 여차하면 건강보험 급여정지를 통해 강한 법 집행 의지를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와 시민단체들의 악악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상황 봐서 줄만 잘 서면 되는 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부는 뭐 별로 급한 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든 결정을 해야 하는 사안이고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있기 때문에 복지부로서도 더는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어떤 결론이 예상될까? 그간 복지부의 행태를 되돌아보면 환자단체의 요구대로 급여정지 처분에 갈음해 과징금으로 결말지어질 게 거의 분명하다. 나의 이런 판단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그간 복지부의 약에 대한 정책이 다분히 친기업적인 행태를 끊임없이 보여 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명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관료들의 시민단체에 대한 이해와 호감도가 매우 낮아졌을뿐더러 셋째는 반면에 새롭게 등장한 환자단체와의 협력과 조율이 앞으로도 명분과 실리에 더 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상한대로 과징금 부과로 결말지어진다면 앞으로 중증환자들이 복용하는 상당수 의약품에 대해 (이미 시장에 제네릭이 나와 있다하더라도) 급여정지에 의한 시장 퇴출과 같은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백혈병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도 다 특정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이 있고, 거기도 환자들이 들고 일어나면 처분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그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약이나 제네릭이나 다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대부분의 오리지널 약이 다국적 제약사의 것이기에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앞으로 보건당국이 다국적 제약사를 통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말 그런 결말이 난다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누굴까? 국민과 환자들이다. 제네릭의 부작용을 이야기하거나 환자의 불안감, 그리고 환자의 인권을 이야기하며 약에 대한 결정권을 주장하는 것은 얼핏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 철학적·현실적 논거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결국 과징금으로 처분이 내려지면 언뜻 환자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 같지만 결국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환자들과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태동하는 환자운동이 자칫 이 일로 인해 그 운동의 입지를 스스로 좁혀나가는 것으로 작용할까봐 그게 걱정이다. 이런 예상이 기분 좋은 헛발질이었으면 좋겠다.

강주성은?

1999년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으로 새 생명을 찾았다. 2001년 백혈병치료제 '글리벡' 약가인하투쟁을 주도했고, 한국백혈병환우회와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를 창립해 적극적인 환자권리운동을 벌였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라는 책도 썼다. 최근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로 선출돼 다시 활동가로서 현장에 뛰어들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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