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교체시 내성·부작용 발생 우려..."리베이트 영업 제약사 처벌 더 강화해야" 강조

[라포르시안] 한국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정지 대상품목에 올랐다.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리베이트 투아웃제란 리베이트 영업을 하다 1회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에 대해서 최대 1년 급여정지, 2회 적발 시에는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제도다.

시민단체에서는 법규정에 따라 글리벡의 건강보험 적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글리벡을 포함한 노바티스의 18개 품목은 이미 대체의약품이 있기 때문에 급여정지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며 원칙대로 건강보험 급여정지 처분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관련 기사: "글리벡 등 노바티스 리베이트 의약품, 원칙대로 급여 정지해야">
  
그러나 백혈병 환자단체는 수천 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수년 또는 10년 이상 복용하며 생명을 유지해 온 항암제를 강제적으로 바꾸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급여정지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글리벡 치료로 수년 또는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고 있는 수천 명의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이 노바티스사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에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글리벡을 강제적으로 다른 대체 신약이나 복제약으로 교체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현재 국내에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과 제형은 다르지만 성분(이매티닙)이 동일한 30여 종의 복제약과 성분이 다른 스프라이셀(다사티닙), 타시그나(닐로티닙), 슈펙트(라도티닙) 등 3개의 대체 신약이 출시돼 있다,

글리벡의 대체약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내 범위에서 요양급여 적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혈병환우회가 글리벡의 급여정지에 반대하는 건 다른 대체약으로 교체했을 때 발생할지 모를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격’보다 ‘안전성’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30여 종의 글리벡 제네릭 제품은 오리지널과 다른 화학식 구조를 갖고 있으며, 생동성시험을 통해 허가를 받았을 뿐 환자를 대상으로 부작용이나 효과를 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가 낮은 편이다.

결국 글리벡의 급여가 정지됐을 때 환자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건 복제약이 아니라 다른 대체 신약이다. 

백혈병환우회는 "글리벡의 급여가 정지되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 대신 성분이 동일한 복제약 보다는 성분이 다른 대체 신약을 더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리벡에서 다른 대체 신약으로 교체할 경우 돌연변이 유전자 발생으로 내성이 생기는 환자가 드물지만 발생할 우려가 있고, 글리벡 치료 시에는 없었던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작용 우려 때문에 급여정지된 이후에도 대체 신약으로 바꾸지 않고 계속 글리벡을 복용하려면 매달 130만원~260만원의 비급여 약값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환우회는 이런 점을 고려해 글리벡의 급여정지가 아니라 이를 갈음하는 과징금 처분으로 대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따르면 '약제를 요양급여에서 적용 정지 또는 제외하는 경우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환우회는 "리베이트 제공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 정지 및 제외 처분은 필연적으로 불법행위자가 아닌 해당 약제로 치료받고 있는 다수의 선량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아니라 리베이트 영업을 한 제약사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안으로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되면서 폐지된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를 국민건강보험법에 신설하는 방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유사하게 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 시 급여비용 총액의 수십배의 과징금을 부과·징수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환우회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참조해 행정처분 시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징수하는 것도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며 "그렇게 해야 제약사들이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이로 인해 입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불법 영업 관행을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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