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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된다 싶으면 ‘112’로 신고하는 의사들아동학대 신고 외면하던 의료인 인식 크게 바뀌어…신고건수 늘고 관심도 높아져

[라포르시안] #. 10개월 된 여자 아이를 안고 있던 엄마가 실수로 그만 아이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후 아이는 한동안 울음을 터뜨렸다. 깜짝 놀란 엄마가 아이의 몸 여기저기를 살펴봤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이후 아이가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자는 것 같은 생각이 든 엄마는 불안한 마음에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아이를 떨어뜨린 지 6시간이 지난 뒤였다. 검사 결과, 머리 옆 부분에 물렁물렁한 혹이 만져졌다. 응급실에서 촬영한 두개골 엑스레이에서 골절이 발견됐다. 다행히 뇌 CT 검사에서 뇌출혈 소견은 없었다. 담당 의사는 '아동학대 의심'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이의 엄마를 신고했다.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한 부모 입장에서는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담당 의사 입장에서는 아동학대 의심으로 신고를 하는 게 당연한 조치다.

아동학대 부모들의 특성인 '의료기관 방문 지연'과 아이의 몸에서 '두개골 골절' 같은 증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의사가 학대 의심사례를 보고도 신고하지 않았다가 자칫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관련 기사: 울주 아동학대 사망 사건, 의료인의 신고의무를 묻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의료인들이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인식과 아동인권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의료인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많이 늘었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의사·교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신고건수 2배 늘어

2015년 말 인천에서 발생한 11세 여아 학대 사건과 2016년 초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정부가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수립·발표한 '아동학대 방지대책'이 오늘(29일)로 1주년이 됐다.

지난 1년간 정부는 아동학대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대책 수립과 더불어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장기결석 등의 정보를 활용해 위기아동 1만7,000여 명의 대대적인 정부 합동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서 학대사례 90여 건을 조기 발견해 피해아동을 보호 조치했다.

작년 11월에는 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신고의무자 범위가 확대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5년 10월에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기관에 종합병원과 아동복지시설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 '아동복지법 시행령'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종합병원급 기관의 장은 소속 신고의무자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 및 신고의무와 관련된 교육을 매년 1시간 이상 실시해야 한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는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모든 의료진이 해당한다.이를 어기다 1차 적발시 150만원의 과태료를, 2차 이상 적발시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아동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한 관련 법제도가 강화되면서 의료인 등 신고의무자의 신고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아동학대 의심사례를 발견하면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112'에 신고하면 된다)

표 출처: 보건복지부

복지부에 따르면 교사·의료인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인식 개선에 힘입어 아동학대 신고는 최근 4년 간 연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신고의무자의 신고건수는 2015년 4,900건에서 2016년에는 8,302건으로 69.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가운데 학교교직원의 신고건수는 2015년 2,172건에서 2016년 3,978건으로, 의료인의 신고건수도 137건에서 216건으로 늘었다.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응급조치(50%) 및 보호시설 인도(58%), 상담‧심리치료 등 서비스 제공(29%), 피해자 국선변호사(47.9%) 및 진술조력인의 지원(81.2%)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 내부서도 아동학대 근절 적극 동참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함께 의료계 내부에서도 적극적인 동참 움직임이 일었다.

특히 의사의 경우 아동학대 관련해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전문가 단체로써 협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담은 'KMA-Policy'를 마련하면서 주요 아젠단 중 하나로 '아동학대'를 포함했다.

의협은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확인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사 개개인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임을 인식하고, 학대아동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는 등 의사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의협은 이보다 앞서 2003년에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 지침서'를 발간한 바 있다. 2006년 개정판이 발간된 지침서에는 아동학대 발견과 대응에 있어서 의사가 해야할 역할을 상세하게 수록해 놓았다.

의협은 이 지침서를 통해 의사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가운데 학대의 증후를 의학적으로 진단하고 판단하는 전문가로서 역할과 동시에 학대받은 아동이나 혹은 가해자를 치료하는 치료자로서의 위치, 학대아동의 발견과 치료·자문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침서는 "의사가 이동학대 징후와 대처 방안을 명확히 알고 대처하는 경우 한 아동의 건강과 정상발달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며 "의사들은 어느 진료 단위에 있건, 혹은 전문과목이 무엇이든지 관계없이 아동학대에 관해 다양한 역할이 기대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이 상당히 포괄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해 5월 여성가족부와 생애주기별 부모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출산의 장소인 산부인과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의 주요 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협약에 따라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모교육 시 활용할 아동학대 예방 등에 관한 부모교육 표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해 각 산부인과가 운영하는 산모교실을 통해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병원들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많은 대학병원이 해마다 '아동학대예방의 날'(11월 19일)을 맞아 병원 내에서 아동학대 예방 필요성과 신고 활성화를 위한 ‘노란리본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 차원에서도 아동학대 예방과 학대아동 신고의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소아손상 환자 중에는 학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사례가 많지만 응급실 근무자들이 아동학대 신고요령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료인이 아동학대를 신고할 때는 보건복지부에서 개발한 '아동학대 의심 선별도구'(FIND, Finding instrument for Non-accidental Deeds)를 활용하면 된다.

이 선별도구는 의료기관 방문 지연, 청결 상태, 환자와 보호자의 관계, 2세 미만 영유아의 골절 부위 등 모두 8가지 사항을 확인토록 하고 있다. 8가지 체크사항 중에서 2가지 이상 확인되면 아동학대 의심으로 신고토록 하고 있다.

응급의학회 관계자는 "골정 등의 손상으로 아이가 부모와 함께 응급실을 내원했을 때는 여러 가지 정황 등을 살펴본 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신고를 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라며 "그동안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의료인이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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