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에도 훨씬 효과적…"일차의료 정립 시급해"

[라포르시안] 인구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전, 기대여명의 증가,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만성질환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혈압과 당뇨병, 관절염, 고지혈증 등 여러 개의 만성질환을 보유한 복합만성질환 유병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혈압·당뇨병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해 2014년 790만명에서 2016년에는 846만명으로 늘었다.

특히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고혈압·당뇨병 환자의 평균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평균연령은 63.3세에 달하며, 70세 이상 환자수도 248만명에 달한다. 당뇨병 환자의 평균연령도 2016 기준 63.7세에 이르며, 70세 이상 환자수는 2014년 81만명에서 2016년에는 91만명으로 약 10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환자는 더욱 가파르게 늘 수밖에 없는 인구구조라는 걸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의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표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표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무엇보다 만성질환 환자의 접근성이 높고, 치료지속성을 기대할 수 있는 동네의원 중심의 의료체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서 지난 2012년부터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가진 만성질환 환자가 동네의원을 지정해 등록한 후 고혈압·당뇨 등을 지속적으로 치료·관리할 경우 환자에게 진찰료 본인부담률 경감(30% → 20%)과 건강지원서비스 혜택을 제공한다는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 중이다.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에서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 만성질환자에 대한 건강교육 및 상담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도 도입했다.

그러나 동네의원 중심의 일차의료에 대한 개념과 역할 정립이 취약하고, 대형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이 심각해 만성질환 관리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만성질환자가 여러 기관을 전전하기보다 단골 동네의원을 이용할 경우 합병증 발생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단골병원이나 단골의사의 필요성은 높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8일 공개한 고혈압·당뇨병 적정성평가 결과를 보면 단일 의료기관을 꾸준히 이용한 환자그룹과 여러 기관을 전전한 환자그룹 간 꾸준히 약제를 처방받은 비율과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율이 크게 차이가 났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단일기관을 이용한 환자그룹과 여러 기관을 이용한 환자그룹의 만명당 입원환자수를 보면 고혈압 환자의 경우 단일기관 이용그룹은 43.3명이고 당뇨병 환자는 243.1명이었다.

반면 여러 기관을 이용한 그룹의 만명당 입원환자수는 고혈압이 69.5명, 당뇨병이 459.7명으로 단일기관 이용그룹보다 훨씬 더 많았다.

꾸준히 약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비율(평가대상 기간 중 80% 이상 약제를 처방받은 비율)도 단일기관을 이용한 당뇨병 환자그룹은 98.5%에 달했지만 여러 기관을 이용한 당뇨병 환자그룹은 73.8%에 그쳤다.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하는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치료지속성과 투약순응도가 훨씬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해 진료비 경감혜택을 받은 고혈압·당뇨병 환자 139만491명을 대상으로 제도 참여 전·후의 외래진료지속성과 투약순응도 변화를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작년 5월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한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외래진료지속성이 유지 또는 호전될 가능성이 적게는 1.6배부터 많게는 9.1배까지 증가했다.

투약순응도 역시 유지 또는 호전될 가능성이 1.1∼1.3배 높아졌다.

국민 10명 중 9명 "단골의사·가족주치의 필요해" 

마찬가지로 국민들도 만성질환 관리와 질병예방을 위해 '단골의사 및 가족주치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대한가정의학회에서 실시한 '단골의사 및 가족주치의에 대한 대국민 인식 실태' 조사를 보면 본인을 위한 단골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88.6%, 본인 가족을 위한 가족주치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90.3%에 달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단골의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단골의사 및 가족주치의에게 기대하는 의료서비스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가 93.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연령에 맞는 가족 건강검진(성인병 및 암검진) 91%, 불안·우울·스트레스에 대한 상담 및 진료 86.6%, 예방접종 서비스 86.4%, 금연·절주·운동처방·비만관리 등 질병예방 서비스는 86.1% 순이었다.

표 출처: . 2013년 3월 발간된 대한가정의학회지에 게재된 '단골의사 및 가족주치의에 대한 대국민 인식 실태' 논문 중에서.
표 출처: . 2013년 3월 발간된 대한가정의학회지에 게재된 '단골의사 및 가족주치의에 대한 대국민 인식 실태' 논문 중에서.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일차의료의 기능정립과 함께 단골의사나 단골병원의 도입과 역할 확대가 절실하다.
 
단순히 '동네의원 살리기'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동네의원이 문지기(gate-keeping) 역할과 함께 지속적으로 건강증진을 위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끔 일차의료 기능정립이 필요하다.

지금 국내 의료환경은 의료전달체계가 부재한 가운데 병원과 의원이 서로 유사한 서비스를 놓고 과잉경쟁을 펼치면서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전문의 중심의 동네의원 의사 인력구조와 각 전문과 의원별로 특정 질환 중심의 단절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인 탓에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믿고 맡길만한 의사를 두기도 힘들다.

아플 때마다 환자가 스스로 판단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의료이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하다못해 건강검진 후 이상소견이 나왔을 때 생활습관 개선이나 약물 치료에 대해서 충분한 상담을 받기조차 쉽지 않은 게 지금의 의료환경이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고병수 회장은 작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 대토론회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일차의료와 의사들이 원하는 일차의료, 그리고 정부가 원하는 일차의료 시스템을 분석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공유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게끔 '일차의료 개혁 위원회'나 '일차의료 발전 위원회' 등의 사회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합의된 개선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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