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언론 취재시 2~3차 트라우마 가하지 않도록 배려 당부

[라포르시안]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언론취재와 관심이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2~3차 트리우마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을 취재하는 언론을 향해 세심한 배려를 당부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재난은 신체적, 경제적 손상 외에도 심각한 심리적 피해를 남긴다는 것을 세월호 사고를 보며 모든 국민이 경험한 바 있다"며 "자연재해에 비해 인재는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해외의 TMI 원전사고에서 피해자들은 6년이상 고통을 겪었고 미국 버팔로 댐사고의 경우 일부 생존자들은 14년 이상 고통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존자나 유가족을 대상으로 취재할 때 2~3차 트라우마를 가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요청했다. <관련 기사: “생존자들 이송후 울음·통곡으로 아비규환”…세월호 재난의료 백서의 아픈 기록들>

학회는 "세월호 인양으로 언론의 관심이 생존학생들과 유가족에게 다시 집중되는 상황에서 언론은 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생존학생과 유가족은 고인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해야할 일이란 의무감에서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으나 사고를 재경험하게 해 2~3차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개별적으로’ 생존학생과 유가족을 접촉하는 것을 지양하고, 취재가 필요하다면 유가족 단체 또는 안산온마음센터를 통해 취재요청을 해야 한다"며 "이러한 방식은 대부분의 재난가이드라인에서 언론에 권고하는 것으로, 이렇게 해야 현재의 심리상태를 잘 알고 적절한 인터뷰 대상자를 추천할 수 있고 센터에서 취재 이후에도 케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달 16일이 세월호 참사 3주기라는 점에서 생존자와 유가족이 '기념일 반응'과 같은 우울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학회는 "인양과 함께 4월 16일이 다가오고 있다. 재난피해자들에게 '기념일 반응'은 매우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취재과정에서도 피해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는 "세월호 생존자들과 유가족에 대한 심리지원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의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안전이며, 신체건강과 함께 마음의 건강도 돌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안산온마음센터(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됐지만 생존자와 유가족의 정신건강 관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나온 세월호 특조위(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일반인 생존자는 인천과 제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추적관찰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정기적 건강과 정신건강에 대한 추적조사는 국립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 연구의 형태로 2016년부터 시작됐지만 일부 생존자와 유가족만 참여하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911테러 이후의 미국과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의 일본은 전체 피해자를 대상으로 10년이상의 장기적 건강 및 정신건강조사를 국비로 진행하고 있다"며 "세월호 사고 후 3년이 경과했고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재난 심리지원의 콘트롤타워와 법적 제도적 정비는 아직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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